짧은 삶을 살면서 많은 인연을 만들지만 서로의 시간이 달랐다는 이유로 혹은 한 사람의 실수로 놓치게 되는 인연이 있다. 어쩌면 그때 내가 많은 걸 생각하지 않고 용서를 구했다면 어쩌면 우린 지금까지 좋은 친구로 지낼 거란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6학년 항상 같이 놀던 친구들이 있었다. 반에서 가장 활발하고 모든 일에 중심에 있으면서 매일을 함께 모여 친구들과 재밌게 지냈다. 같은 게임을 하고 엉뚱한 생각에 "킥킥" 거리며 웃고 조금 많이 짓궂은 장난에도 친구라는 이유로 함께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이었다. 4명이서 매일을 함께 했지만 중학교에 진학하고 자연스럽게 멀어진 친구들.
그 친구들 중 한 명의 친구가 끝까지 나와의 인연을 이어가려 노력했지만 내가 한 실수가 부끄러워 연락을 피했다. 그땐 자존심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했고 남겨진 후회는 평생을 추억하면 견뎌야 한다.
그때 너의 전화를 받았다면 우린 어떤 사이로 남았을까?
6학년 1반 짝꿍 000에게
친구랑 함께 한다는 게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친구가 너였어. 나는 아직도 초등학교 6학년 때가 제일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하고 지내고 있어.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는지 솔직히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친구로 지내며 우리가 했던 일들은 생생히 기억나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 4명이서 친해져 너희 아버지가 하는 우리 집 근처 PC방에서 같이 게임을 하고 학교 놀이터에서 탈출도 했지
학교에서는 매일 장난치고 사고 치는 4명으로 선생님한테 찍혀서 맨날 주의 대상이었잖아 그래도 우리 4명 제법 공부는 했었는데 그건 참 신기하다. 맨날 몰려다니면서 여자 애들 괴롭히고 싸워도 다 같이 친하게 지냈었지 그리고 네가 나한테 맨날 "이 결혼 반대일세" 이러면서 장난치는걸 나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우리가 중학교 올라가고 그때 이유를 말해줬잖아 그 여자애랑 나랑 사귄다는 소문 돌았었다고 지금 내 기억이 잘못됐을 수도 있지만 그때 그 여자애 나한테 호감 있었던 건 맞는 거 같아
나 너무 뻔뻔한가?
그리고 나도 사실 그 여자애한테 호감 있었어 초등학생들이 그러는 게 웃기지만 그때 사귀었으면 제법 비주얼 커플이었겠다 그렇지? 얼른 인정해 초등학교 시절이 내 리즈시절이잖아 운동도 제일 잘하고 키도 제일 컸고 우리 중에는 얼굴도 내가 제일 괜찮았지 내 말이 맞아 그랬을 거야
너랑 친구여서 주말에도 학교 가는 게 좋았어 그리고 너희들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맨날 자고 가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고 늦게 까지 술도 마시고 볼링도 치고 해야 재밌는 외박인데 그때 우리는 그냥 친구 집에서 잔다는 사실만으로 설레고 재밌었지 내 방에 컴퓨터도 없어 핸드폰으로 리듬스타 게임 하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늦게까지 쉬지 않고 떠들다 누구 먼저 할거 없이 같이 잠들었던 것도 기억나
수업시간에는 맨날 떠들고 장난치다 걸려서 담임 선생님이 우리를 저 멀리 찢어 놓고 그래도 서로 쳐다보며 낄낄거리고 정말 서로 눈만 마주쳐도 웃겼었다. 너희들 다 신종플루 걸려서 학교 안 나올 때 나 혼자 얼마나 심심했는지 알아? 너희랑 맨날 같이 붙어 다녔는데 나는 신종플루 안 걸려서 그것도 신기했는데 지금 나 코로나도 안 걸렸어 그냥 내가 전염병에 강한가 봐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는데 너랑 그리고 다른 친구들 때문에 초등학교 때 정말 많이 웃고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어. 내가 하도 웃어가지고 얼굴에 팔자주름 생겼다고 웃기지 말라고 너한테 화내도 그냥 보면 웃겨서 소용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야 그때 생긴 얼굴 주름 아직도 나랑 함께하고 있다. 이거 다 너희 때문이야ㅋㅋ
이런 우리가 멀어진 게 무슨 이유인지 내가 너무 잘 알아서 그때를 정말 후회해. 우리 모두 같은 중학교를 지원했는데 나만 멀리 떨어진 학교를 가게 된 게 시작이었을까? 나 혼자 중학교를 멀리 가게 됐을 때 정말 속상했는데 중학교 진학하고도 주말마다 만나서 놀고 그러니까 괜찮다가도 나 없이 너희들 새로운 친구 사귀는 것도 질투 나고 그랬었어.
중학교에 올라가고 그때 우리 모여서 친구 집에서 같이 자고 게임도 했던 그날 내가 별생각 없이 했던 말 때문에 우리가 멀어졌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너희를 피하게 된 거잖아
지금에서야 이야기하는데 그때는 내가 너희들한테 그렇게 말한 게 너무 부끄럽고 숨고 싶었어. 아예 없던 일로 만들고 싶었어 근데 나는 너무 어렸고 그래서 너희를 피했던 거 같아
지금 생각하면 "아유 병 Xㅋㅋㅋ 어차피 네 말 안 믿었어" 이 말 한마디만 하고 넘어갔을 일인데 내가 어리숙했지 그날로 내가 네 연락을 피하고 그래도 너는 전화를 안 받고 문자에 답장이 없던 나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겨 가며 연락했잖아. 지금 10년도 더 지났는데 그때 음성메시지 정확히 기억해
"제발 전화 좀 받아라..."
네 마음을 그때 그렇게 외면해서 정말 미안하고 후회한다고 말하고 싶어
"정말 미안해"
그 후로 네 소식은 계속 들었지만 제법 시간이 지나고도 나한테 부끄러운 일이고 나중에는 내 욕을 하지 않을까 싶어 끝내 네 앞에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거야
요즘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 성인이 되고 군대도 다녀와 찍은 사진들을 SNS에서 보면 그때 내가 네 전화를 받았으면 우리도 저런 모습으로 지내고 있겠지 생각해.
성인이 되고 같이 술도 마시고 군대 가는 날 따라가서 빡빡 밀은 머리도 만져보고 만나면 여자 얘기나 철없을 때 얘기 매일 똑같은 얘기를 하면서도 똑같이 웃는 모습일 거라고
지금 내 곁에 좋은 친구들이 있지만 너란 친구를 놓친 거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한 선택 중 제일 바보 같은 일이고 네가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해 어쩌면 지금도 너를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넌 아직 내 친구야 우리가 같이 했고 우리를 더 친하게 만들었던 그 게임 아직도 운영 중인데 같이 한번 해보고 싶다. 그때처럼
너 덕분에 초등학교 6학년을 제일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해 나한테 그런 날들을 만들어주고 함께 해줘서 너무 고마웠어.
나는 정말 쉽게 너와의 친구 관계를 포기했지만 네가 살아온 하루와 살아갈 하루에 나보다 좋은 친구가 네 곁을 함께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