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ㅅ씨-목포에서 한 달 살기 14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한 달은 참 빠르다.
미뤄두었던 계획들을 착착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만큼 여유롭지만 막상 지내다 보면 물처럼 스르륵 지나가버리는.
예상했던 때보다 일주일 일찍, 목포를 떠나기로 했다. 떠나는 전날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우리는 신중하게 오늘 저녁에 먹을 음식을 골랐다.
도모다를 한솥 끓여 놓은 채로 손님을 기다리다가 가게를 닫고 남은 스튜로 토마토소스를 끓인다.
건더기가 굵은 감자는 칼로 다시 얇게 자르고 다진 양파도 좀 더 추가한다.
가지는 이등분하여 얇은 편으로 저민다.
라자냐 면은 넉넉히 꺼내어 소금물에 삶는데, 그만 자기들끼리 붙어 버렸다. 둘이 달라붙어 한참이나 면을 떼어냈다.
쉬고 싶다고 느낄 때, 어느샌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어딘가 갈 곳이 없다고 느낄 때, 혹은 어느 곳이 나를 받아줄지 막연한 두려움에 젖어있을 때에도 마음 한 구석에 떠오르는 곳.
갖고 있는 것을 힘껏 내어주고 싶은 곳.
내가 즐거워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꾸 되새겨 주고 용기를 주는 곳.
머물러 있어도 제자리에 멈춰서 있다는 초조함이 들지 않는 곳.
그래서 충분히 쉬어 갈 수 있는 곳.
나에게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지금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한 달 동안 목포에서, 집ㅅ씨에서 머물며 많은 것들을 보고 기록해 왔지만 이곳을 떠나며 남길 말은 길게 떠오르지 않는다.
잘 쉬고, 잘 먹고, 잘 놀다 갑니다.
이 자리에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어 줘서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곧 다시 만나요.
집ㅅ씨와 세영에게.
사랑을 담아,
민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