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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Sep 12. 2021

꿈에 진심이니까

“애들 오늘 조심시켜라.” 아침 일찍 엄마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잠시 멈칫했다. 긴 밤 아빠 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빠는 눈을 뜨자마자 엄마를 재촉했나 보다. 전화하라고.     


오랜만에 아빠가 꾼 꿈 덕에 조심스러운 하루를 보내긴 했지만, 우리 집에서 신뢰도가 높은 것은 엄마 꿈이다. 엄마는 가끔 무의식 세계에서 만나는 현상을 이야기하실 때가 있다. 특히 가족의 중요한 일을 앞두고 꾸는 꿈은 신기할 정도로 맞아서 놀란 적이 많다. 내가 임용고시를 치던 날 엄마는 꿈을 통해 합격을 예견하고 계셨다. 최종합격 후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 꿈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졌다. 남편 진급을 앞두고 엄마가 대박 나는 꿈을 꾸길 은근 기대했지만 꿈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꿈을 꾸긴 했는데 뭔가 찝찝했던 꿈은 실망스러운 결과와 함께 꿈의 적중률을 높이기는 했다.     


엄마 꿈 이야기에는 돌아가신 조상들과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끔은 살아있는 사람과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시기도 했다. 전래동화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듣다 보면 원하는 방향으로 꿈을 전개하지 못한 채 잠에서 깨거나, 원하지 않는 일로 흘러갈 때는 진심 아쉬웠다. 나도 가끔 꿈을 꾼다. 어제도 언니 방에서 자겠다고 떼를 쓰며 우는 둘째를 달래며 잠이 들었는데 둘째 방에 침대를 넣어주는 꿈을 꿨다. 이불은 생각지도 못한 지인에게 선물을 받았다.      


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을 꿈이라고 한다. (출처:국어사전>      


일상에서 경험한 것이 무의식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반갑기도 하고, 잠을 설칠 정도로 전개가 빠르거나, 혼란스러운 꿈을 꾼 날은 피곤함이 몰려오기도 한다. 살면서 현실에서 만나지 못하는 이들을 가끔 만나기도 하고, 지금 상황에서는 기대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꿈에서 만나는 날은 복권 한 장을 사서 가슴에 품기도 한다. 꿈자리가 사나운 날은 몸을 보호하며 하루를 무탈하게 넘기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이미예 소설의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나오는 꿈 백화점에서 원하는 꿈을 마음껏 살 수 있는 날도 꿈꾼다.


난 꿈에 진심이니까                                                                                                                                                                                                                                                     

사진출처 © 2344799,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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