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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Sep 14. 2021

무수한 감정을 만나는 글쓰기

글로 만나는 감정이야기

상대방에게 들은 이야기는 두 발을 공중에 살짝 띄운 채 박장대소를 하며 양 손바닥을 세 차례 이상 마주쳐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이 순간 이렇게 오두방정을 떨며 기쁨을 드러내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꼬리를 살짝 내리고 가벼운 눈웃음과 함께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듣는 이야기 중 하나라는 듯 반응을 보였다.


정말 가지고 싶었던 가방이었다. 가방에 박힌 금장만으로도 명품이라는 것을 모든 이들이 알 수 있는 브랜드였다. 지금보다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평생 가질 수 없을 가방을 받고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어보는 순간 ‘와 예쁘다.’ 절로 나오는 감탄사 앞에 두 입술을 붙였다. 요란하게 나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예쁘기는 하네.” 건조한 반응을 보였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으로 들뜬 그들 사이에 말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알록달록 색을 입은 산들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파란색과 흰색 물감을 예술가의 영혼을 빌려 뿌려놓은 듯한 하늘은 그날따라 가슴이 터질 것처럼 아름다웠다. 좋다는 말을 연발하는 그들이 물어온다. 하늘이 너무 예쁘지 않냐고. 구름 속에 누군가 있는 것 같지 않냐고. 들뜬 그들의 목소리에 찬물을 끼얹는 듯 “예쁘네.” 무심하게 던졌다.


할 일이 쌓여있다. 몸은 하나인데 분주한 아침이다. 한 놈은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다.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쌍욕을 틀어막고 미간에 주름 하나 깊게 새겼다. 온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내려갔다. 손에 들고 있는 그릇을 깨질 정도로 내리쳤고, 뒤꿈치로 무게 중심이 쏠렸다. 거대한 코끼리가 등장했다. 얼굴은 다리미가 필요할 정도다.


무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오장육부가 뒤틀린다. 배려 없는 행동에 일침을 가하고 싶다. 입이 간질간질한다. 건조하다 못해 차가운 입김에 상대방이 얼어붙을 정도로 매섭게 몰아붙인다. 오늘만 만날 사이인 것처럼.





감정 앞에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감정이 참 많았다. 

좋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가벼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좋은 것 앞에서도 별거 아니라는 듯 연기하고 있었다. 싫은 감정은 그에 반해 몸으로 먼저 반응을 보였다. 얼굴이 찌그러지거나, 손발에 힘이 들어가며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송곳을 들고 철판을 긁어대는 듯한 음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감정 앞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감정을 시소에 태운 채 오르락내리락하며 엉덩방아를 찧어대는 일은 불편했지만 없앨 수 있는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 보니 감정의 높이가 어느덧 내 키를 넘어서고 있었다. 기우뚱거리는 감정에 솔직해지기 위해 시작한 일이 글쓰기다. 


내 글에는 무수한 감정들이 녹아있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 덩어리를 잘게 쪼개기도 하고,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감정들을 불러와 진정시킨 것은 글쓰기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평범하다 못해, 글쓰기에 문외한이 사람이 글을 쓰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아기가 목표물을 향해 배밀이를 하듯이 다양한 감정 색을 향해 오늘도 글을 쓴다.


사진출처© glenncarstenspeter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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