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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Jan 01. 2022

작은 다짐

2022년 새해맞이

새해를 맞이하고 늦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나간 해에 대한 아쉬움, 다가온 새해에 대한 기대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 건 아니다.

그냥 흐르는 시간 앞에 한없이 작은 인간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 가고 있었다.


잠자는 아이들 숨소리만 깔려 있는 불 꺼진 캄캄한 방

이 작은 공간에 몸을 기대고 있는 나를 보며

우주 안에 작고 작은 존재로 태어나 살기 위해 참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아 애썼다는 짧은 한 마디를 건넸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2022년 대단한 한 해를 보내겠다는 각오를 만들지 않았지만 작은 다짐 하나는 마음에 넣었다. 결혼을 하고 14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집 안의 주방을 환하게 밝히지 못했다. 주변에서 따뜻한 밥 한 끼가 주는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바쁜 일상에 밥 한 끼 대충 먹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않는 일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집 주방은 불 들어오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곳에서 정성을 기울이는 일보다는 밖에서 생산적인 일 하나 더 하는 게 남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주방을 환하게 밝히고 따뜻한 불이 자주 들어올 수 있도록 조금 부지런히 움직여 보기로 했다.

음식을 못한다는 이유로 가정에서 가장 뒷전이 되었던 것을 조금 앞으로 꺼내 보기로 했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이 귀찮고 불편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결혼을 하고 14년이 된 지금에서야 든다는 게 참 웃긴 일이지만 난 이제야 이걸 조금씩 알 것 같다.

밥상을 내어놓는 일은 배를 채우는 행위만이 아니라는 것을.


바쁘고 피곤한 일상이 반복되면 또다시 가장 먼저 음식을 해 먹는 일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소박한 한 그릇 음식일지라도 따뜻한 기운을 담아 보려고 한다.

사계절 내내 찬 서리가 내려져 있었던 우리 집 주방에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2022년을 보내보려고 한다.


주방이라는 곳에서 시작된 따뜻한 기운은 마음 깊이 들어온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그런 거니까.


사진 출처: © ambernicoleturnerr,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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