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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Jan 02. 2022

트랙 돌기와 삶

일상이야기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들었던 하얀 눈은 며칠 동안 거뜬하게 모습을 유지 중이다.

일주일에 2~3번을 찾던 산길도 눈에 파묻혀 버렸다. 추운 날씨 때문에 빙판길이 만들어진 산 길을 며칠째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하얀 눈의 낭만이 사라지고 얼어버린 길과 곳곳에 쌓여 있는 눈 때문에 느껴지는 불편함은 집안에만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유에 이유를 붙여 집에만 머물 수 있는 사람인지라 외출을 원하는 아이들을 이유 삼아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의 외출이다.


도착한 공원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있지만 사람들이 운동할 수 있는 트랙은 자신의 색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눈밭에서, 난 트랙을 따라 천천히 걷고 뛰면서 몸의 흔들림을 느꼈다.  옆으로 벗어나지 않은 한 시작한 곳에 다시 돌아오는 트랙을 아무 생각 없이 몇 바퀴 돌았다.


하얗게 펼쳐진 넓은 공원을 중간에 두고 트랙을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다.

천천히 걸을 때와 달리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순간 거친 숨소리가 코와 입을 타고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거 같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아이들이 있는 눈밭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으려다 잠시 속도를 줄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거친 숨은 다시 조용해지고 들숨과 날숨이 템포를 맞추고 있다. 정신없이 뛰어갈 때 보이지 않던 그림이 눈에 들어오고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살다 보면 미친 듯이 뛰어서 넘어야 할 허들이 눈앞에 펼쳐질 때가 있다. 그것을 넘고 나면 잠시 평편한 길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또 정신없이 몸을 써야 할 코스를 만나기도 한다.


트랙을 걷고 뛰면서 느끼는 호흡이 삶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항상 마음에 품고 사는 말이 있다.

끝없이 잘나가는 삶이 없듯이, 끝없이 바닥만 치는 삶도 없다고.

일이 잘 풀릴 때는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이 들 때는 언젠가는 이것도 끝이 있으니 잘 지나갈 수 있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무탈하고 무난했던 하루

없음이 주는 행복도 꽤 크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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