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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Jan 04. 2022

딸의 글쓰기

일상이야기

웃고 싶을 때 펼쳐보는 글이 있다.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내용도 뒤죽박죽이지만 표현 하나하나가 이야기하듯이 들려와 읽으며 혼자 미소 짓고 있는 글은 둘째의 일기다.


아이가 쓴 글을 고쳐주기보다는 그대로 보는 것을 좋아하니 어떤 날은 도통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때도 있지만 엄마가 가진 데이터를 동원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꾸밈없이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가는 아이의 담대함이 부럽고, 소소한 일상에 특별함이라는 양념을 자연스럽게 넣어주는 아이의 능력에 감탄한다.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아이의 글에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처음 쓴 일기부터 지난주 일요일에 쓴 일기까지 다시 읽어보니 5줄에서 시작한 일기가 이제는 한 페이지를 채우며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일기 쓰는 날은 '무엇을 쓸까?'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의 미니어처가 앉아 있는 것 같다.  자신이 한 일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중에서 주제를 선택해 내는 아이는 그때부터는 경험과 느낌과 엉뚱함까지 가득 담아서 글을 써 내려간다.

물고기 책을 읽다가 고기가 먹고 싶다는 아이의 생각에 웃을 수밖에 없고,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다 길고양이를 보게 된 날 느낀 마음을 보고 아이와 길고양이의 모습이 사진처럼 그려지기도 했다.

에버랜드 간 날 어둠에 펜션을 찾지 못한 엄마와 자신의 당황스러움을 써 내려간 이야기에는 그날의 상황이 살아있다.

좀 더 욕심을 내보자면 아이가 글쓰기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써 내려가고, 주변의 소소한 삶도 재미있게 담아내고, 감정을 써 내려가며 자신에게 집중해 볼 수 있는 그런 글쓰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삶은  쓰지 않는 삶보다는 재미있는 삶이라는 걸 알게 되는 날이 오길 바라며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이 글을 보여 주어야겠다.

"딸아 엄마도 10살을 네 번이나 먹고도 부족해 몇 개를 더 먹고서야 알게 되었어. 그러니 너도 너의 속도에 맞게 글쓰기를 친구로 만들어봐.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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