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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Jan 27. 2022

향기

일상이야기

엄마 냄새 좋아."

코를 킁킁거리며 몸에 파고드는 두 아이들을 꼬옥 안아줬다.

도대체 나한테서 어떤 냄새가 나길래 우리 아이들은 '엄마 냄새'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주방에 오래 있을 때는 음식 냄새가 몸에 배고, 외출을 하고 돌아온 날은 바깥에서 강하게 불었던 냄새를 집에까지 가지고 올 때가 많았다.

회식이 있었던 어느 날 돼지고기를 먹고 들어온 나를 보고 킁킁거리며 "고기 냄새다. 고기 먹고 싶다."라는 둘째 놈을 위해 다음날 고기를 구워야 했다.


사춘기 딸아이 방에 들어서면 꼬릿한 냄새에 미간이 구겨지기도 했지만, 열어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깥공기는 아이의 냄새를 적당한 농도로 맞춰주었다.

몇 주 만에 집에 들어온 남편에게는 혼자 사는 남자들에게 나는 홀아비 냄새라고 불리는 향이 올라올 때도 있었다.

아직 아가 아가 하는 둘째에게는 꼬릿한 냄새를 찾기 힘들었다.

며칠 머리를 감지 않고 날것 그대로 있어도 여전히 파우더 향이 났다.


머리카락에 기름이 졸졸 흐르는 어느 날 쓰레기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몇 층 내려가더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젊은 아가씨가 탄다.

뒤에서 지켜본 그녀의 모습은 예뻤다.

잠시 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그녀의 향은 과하지 않지만 코를 벌렁거리게 만들었다.


가끔 좋은 향을 내는 이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갈 때

나에게는 어떤 향이 날까?

아이들이 말하는 엄마 냄새는 무엇일까?

밥 냄새? 빨래 냄새?

그 향의 정체가 궁금하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버릴 때가 많았다.


아이들 키운다고 고생했다며,

큰 아이 초등학교 졸업을 맞이하는 세월 동안 애썼다며,

딸아이는 다른 이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았겠지만  막상 애쓴 언니는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며,

"그래서 언니에게 주고 싶었어."

하며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아이들 키운다고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날 집에 있던 향수를 뿌리고 출근을 하는데 그날 좋았던 기억을  

나에게 전하고 싶었다는 그녀

그녀가 내민 손을 본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언제부터인가 나라는 사람에게서 나는 향을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었다.

분명 달콤하고 상큼한 향을 내기도 했었는데

그 향이 기억나지 않았다.

잃어버린 향이 그리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나와 비슷한 향을 가진 것을 찾으려고 애쓴 적도 있다.

내 향은 어디에 있어 이리도 길을 헤매나 싶었는데

향수에 지금껏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담아 준 그녀 덕분에 오랜만에 내 향에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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