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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nley Aug 31. 2022

기록의 쓸모-1

이승희님 <기록의 쓸모>를 읽고


최근 계속 흘려보내는 것에 대해 아깝다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카페를 돌아다녔는데 


어떤 메뉴가 좋았는지 어떤 분위기였는지, 그 안에서 내가 좋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등등

어떤 형태로든 바로바로 기록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생겼다. 


(다행히 사진은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밀린 모든 것들에 대해 기록 절대 못해...)



그래서 이제 기록해보려고 한다. 


내가 갔던 공간에서 무엇이 좋았는지, 어떤게 내 시선을 끌었는지,

내가 읽은 책에서 어떤 대목이 나에게 생각꾸러미를 가져왔는지.




1 기록의 시작

:어딜가든 방명록이 있으면 꼭 남기고 오는 나, 어쩌면 흔적 남기기를 계속 해왔는지도 몰라





"일을 잘하고 싶어서 기록을 시작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에서 시작한 기록이 
어느덧 내 삶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일의 실마리를 찾고 싶어 적었던 글이 쌓여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다. 
고민과 포부, 지키지 못한 계획, 
친구나 동료들과 나눈 대화가 모여 
잘 살기 위한 기록으로 남았다."

—1 기록의 시작 中 


최근 '기록'이라는 행위를 실천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바로 

김도영님 <기획자의 독서>, 

이승희님 <기록의 쓸모> 이 두 책이다.


김도영님의 <기획자의 독서>를 읽다보면 

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가 바뀌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는 책의 제목, 부제에 시선을 쏟고 목차를 뜯어보는 사람이다.)


그의 책 <기획자의 독서>에서 "책"과 관련한 그의 무수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해주었다. 책에 대한 도영님의 정의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의 뇌라는 게 어찌나 신기한지 
한편에 묵혀두던 생각이라도 
그와 유사한 조각이 발견되면 본능적으로 알아보거든요. 
흡사 같은 그림 맞추기 게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던 생각의 단편이
책 속의 어느 지점과 만나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이죠. 
저에게 책이란, 이 생각의 조각 모음을 위한 실행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승희님은 마케터의 일에 대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찰하고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뿐 아니라 그림그리기든 사진찍기든 글쓰기든 표현(표출)해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마케터는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우리(=브랜드, 회사)만의 언어로 다듬어 알려야 하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비단 마케터뿐만 아니라 기획자, 크리에이터 등 거의 모든 직무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습관이다: "내가 관찰한 것을 오감으로 느끼고 마음에만 담아두는게 아닌 어떻게든 내 속에서 한번 소화시켜서 표현해내기"



결국 이런 시선들이 모여 직무에 녹여지든 못하든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만큼은 무조건 완성될 것이니까!





2 기록의 수집


승희님은 패티스미스의 <몰입>이라는 책에 나온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대답을 적어내려갔다.

"이 질문은 내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번역된다. 남의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언어로 살아가기 위해 나는 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지 않아서.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가, 어떤 문제의식을 지니고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글을 쓰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승희님 덕에 이 대목에서 나도 한참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자문자답해보았다.


Q1: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쓰고 싶은가?)

A1: 흔적과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Q2: 어떤 흔적과 기록을 남기고 싶은데?

A2: 무자비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때 그때 내가 좋았던 것, 싫었던 것, 웃겼던 것과 같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몰고 와준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

세상을 향한 나의 시선이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라는 사람의 생존, 성장, 탐구 일기 그걸 남기고 싶어.



Q3: 왜 남기고 싶은데?

A3: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고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걸 망각해. 그 소중했던 일상의 조각들이 휘발되어버리는게 싫어. 이 조각들이 나중에 꺼내서 곱씹다보면 뭐든 또 새로운 걸 만들어내지 않겠어? 뭐, 결국 이 모든 기록이 나만 보는 것이라 할지라도 1년 후의 내가 1년 전의 나를 바라보는건 너무 재밌을거야. 나중에 10년 후 20년 후 그 때 만나게 될 나의 벗들에게 "우리땐~" 작은 벗들에게 "라떼는~" 하며 이야기 보따리를 (물론 그들이 원한다면) 풀어줄 수도 있겠지? 






승희님의 <기록의 쓸모>를 읽으며 정말 기록이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매 페이지에서 느꼈다. (책 제목 참 잘 지으신듯) 영화를 보며, 상사와 대화를 하며, 책을 읽으며 승희님이 떠올렸던 생각들이 책이 되었다. 그리고 이게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고 도전이 된다. 


최근 윤소정님이라는 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여러 일을 하시는 분인데, 그 중 하나의 활동은 '윤소정의 생각구독'이다. 지금까지 모은 이 분의 생각들은 책이 되었고 누군가에겐 탈무드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분을 보며 나의 생각도 지금은 raw한 덩어리일지라도, 언젠가는 다듬어지고 성장해서 누군가에게는 레퍼런스가 되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https://younsojung.com/


기록의 중요성을 진작에 깨닫고 이 순간에도 각자의 방식대로 열심히 기록 중인 모든 이들을 존경하며, 

아직 어떤 기록도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함께 기록해보자고 격려하며 오늘 글은 마무리! 


저의 생각 조각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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