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중에 나누는 진솔한 담소
"나... 오늘 이혼하자고 말해버렸어."
아끼는 친구 녀석이 보내온 문자를 보고 곧장 전화를 걸었다. 먼저 자초지종부터 들었다. 그래, 충분히 이해가 갔다. 친구는 극단적인 쪽으로만 머리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건 친구의 배우자가 감정을 다독여주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했다. 아니지, 쌍방일테지. 손뼉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니 말이다. 그 누구도 악순환의 굴레를 도중에 잘라내지 못한 것이다. 친구와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논하는 건 중요치 않았다.
친구는 아이 얘기를 꺼냈다. 아이가 불행할 것 같다, 아이가 뭘 보고 배우겠냐, 감정적인 교류가 제대로 안된 채 아이가 방치되고 있는 거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등등... 아이를 갈라서야 할 이유에 대해 줄줄 읊었다. 하지만 다른 건 다 떠나서 난 내 친구가 궁금했다. 아이가 있기 전에 내 친구와 배우자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는 갈라선 후에도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잘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너는 어떤데? 니 마음은 어때?"
".........."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던 친구가 일순 입을 닫았다. 난 계속 물었다. 진짜로 원하는 게 뭐냐고. 마음 속 깊이 바라고 있는 일말의 희망 같은 거라도 있다면 그걸 끄집어내 보여달라고 말이다. 숨소리 하나라도 놓칠세라 뜨거워진 액정에 귀를 더욱 가까이 가져다댔다. 그제야 친구는 말했다. 도무지 대화가 되질 않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본인도 이혼은 피하고 싶지만 이 방법밖엔 안 떠오른다고 말이다.
우리 부부가 상담을 다녀온 후로 이 친구에게도 권했던 적이 있다. 그때 친구는 관심을 보였지만 배우자 쪽에서 시큰둥한 모양이었다. 난 다시 그 얘길 꺼냈다. 이번엔 배수진 치고 말하라고 말이다. 상담 아니면 갈라선다. 그 둘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제삼자가 중재해줘야한다. 상담을 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고 악순환의 굴레에 잠시 제동을 거는 것이다. 상담을 받는 건 또다른 시작일 뿐이다.
배우자와 갈등이 격해지거나, 잘지내다가 불현듯 갑자기 내 결혼생활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때가 있다. 결혼이 지니는 가치는 무엇인지, 배우자와 맺는 관계는 간혹 왜이리 미로처럼 복잡하게 다가오는지, 단숨에 끊어버리는 쉬운 길 대신 아등바등 살아내는 어려운 길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끝까지 가보고 말해야 하는걸까? 전화를 끊은 다음날 아침, 친구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상담 예약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