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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밥 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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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파노 Mar 12. 2020

체리맛 제로 코카콜라, 에그타르트, 해물 없는 짬뽕

이런 거 저런 거 해 먹고 산다.


 한국에서 못 보던 것들은 대체로 시도해 보는 편이다. 콜라를 즐겨 먹지 않아 기억이 확실치는 않은데, 내 기억으로는 한국에서 코카콜라는 기본과 제로 밖에 없었다. 보츠와나는 옆에 남아공을 끼고 있기 때문인지, 우리보다 콜라 소비량이 더 많기 때문인지, 더 다양한 종류의 코카콜라가 유통된다. 기본, 제로, 라이트, 바닐라, 오렌지 바닐라, 체리, 체리 제로 등이 있다. 가끔 no sugar & no caffeine 도 보이는데, 이건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빈 육신 같은 놈이라 정이 가지는 않는다. 무알콜 술이나 디카페인 커피 같은 놈으로 존재의 이유랄까 탄생의 목적이랄까 하여튼 자신의 기원과 출생을 부정하는 허무주의자 같은 놈이다.



 새우는 맛있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냉동 자숙 새우를 중국 마트에서 파는데, 옆에 생새우도 있지만 생새우는 까기도 귀찮고 값도 비싸다. 냉동 자숙 새우도 충분히 맛있으므로 이것만 사다 먹어도 충분하다.



 내가 군인이었을 때 운전병이었다. 병사 치고는 나이가 많았고 선생 출신이라 그랬는지, 고급 지휘관 운전병이 되었다. 부대에서 30분 떨어진 군인 아파트에 사셨던 H 대령님을 출퇴근시켜드리는 게 하루 일과였다.

 원래는 지휘관이라도 부대 차량을 출퇴근 용도로 쓸 수는 없는 법인데, 대령이 하라고 해서 하는데 누가 막겠나. 나는 제대하기 직전까지 출퇴근 길을 운전했다. 부대 근처엔 육군사관학교가 있었고, 서울여대가 있었고, 아파트 단지도 제법 있었다.

 H 대령님을 집 앞에 내려 드리면 부대로 곧장 복귀하게 되어있지만, 가끔 엉뚱한 곳으로 샜다. 군대 밥이 물렸던 나는 가끔 파리바게트에 들러 빵을 사다가 먹었다. 당연히 안 될 행동이지만 자주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창 갈 일인데, 그때는 그게 어쩜 그렇게 가슴이 뛰고 신이 나던지. 그때 자주 사 먹던 게 에그타르트였다. 부피가 작아 바지 주머니에 넣어도 티가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에그타르트는 한 개당 딱 천 원이어서 잔돈 없이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지휘관 없이는 일개 상병이 파리바게트를 가면 안 되기 때문에 카드를 긁어서 흔적을 남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언제나 현금으로 계산했다. 당시 SK 핸드폰을 쓰다가 군 복무로 일시정지를 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멤버십 카드를 내면 100원 정도 할인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할인 같은 건 받지 않았다. 내 딴엔 제법 치밀했기에 차를 매장 앞에 대지 않고 멀찍이 주차한 다음 총총걸음으로 서둘러 입장한 뒤 빵만 잽싸게 집어 점원에게 주었다. 정확한 액수만 던지듯이 주고는 영수증이 나오기도 전에 차로 서둘러 돌아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에그타르트가 신선할 때, 그러니까 오븐에서 막 나왔을 때는 쟁반에 포장 없이 내어 놓고, 시간이 꽤 지나면 낱개로 비닐 포장을 해서 오염을 막는다고 한다. 따라서 유난히 바쁜 날이거나 직원이 게으르다면 이 포장 작업이 늦을 수도 있는 것이다. 때마침 이런 날 찾아가면, 포장되지 않은 에그타르트를 쟁반에 담아서 점원에게 건네어야 하고 점원은 그걸 받아서 비닐 포장을 한 뒤 계산까지 마쳐야 하는데, 그 짧은 시간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 덕에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서 에그타르트가 포장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급한 일이 있는 척 차로 돌아가 빈손으로 복귀한 날도 꽤 있었다. 

 사장인지 점원인지 계산은 언제나 어떤 아주머니가 하셨는데, 군대 사정을 잘 모르셨던 것 같다. 그 아주머니는 어떤 병사가 상병에서 병장이 되고 제대할 때까지, 이틀에 한번 꼴로 군복을 입고 나타나 에그타르트를 두 개씩 사가는 일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셨다.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창 갈 일을 이틀에 한번 꼴로 하면서도 무사히 제대를 했다.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에그타르트를 만들어 봐야지 했다. 여기저기 검색을 해 보니 재료도 간단했고 만드는 과정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타르트를 굽는 틀만 추가로 구매했는데, 몇천 원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 없이 구매했다. 그때 먹던 그 맛은 아니었지만, 달달하니 맛이 나쁘지 않았다.




 누가 그러던데, 짬뽕은 해물로 맛을 내는 게 아니라고 했다. 돼지고기와 파가 맛의 핵심이고 해물은 건더기로서의 의미만 있다고 했다.

 뻥치시네. 정성 들여 끓여봤지만 역시나 거짓말이다. 해물 없이 끓인 국물은 짬뽕이라기보다는 매운 일본식 라멘에 가까웠다. 맛은 좋았지만 이걸 짬뽕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짬뽕의 완성은 해물이고, 재료값이 맛을 예측한다. 다만, 혼다시 한 봉지를 털어 넣으면 깊은 해물맛이 난다. 과학의 승리다.




https://kopanobw.blogspot.com/

https://youtu.be/QlZzc2puv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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