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
나에게 꾸준히 연락을 하고, 귀찮을 정도로 찾는 친구는 불행하지만 없다. 언제 이렇게 되었을까.
친했던 친구들도 옛날같이 서로를 붙잡고 있지 않다. 아버지가 그런 마음이 들기 전에 나부터 더 연락을 하려고 노력을 하라고 하셨지.
친구에 대한 고찰이랄까?
친구가 없어졌다. 일했던 곳에 너무 멋있는 직장선배가 계셨다. 힘든 업무를 해도 언제나 웃고 계셨다. 그게 정말 강해 보여서 나도 그런 사회인이 되고 싶어 여러 가지 조언을 구했었다. 그러던 중에 친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고, 그분은 "딱 내편 1명, 친구 1명, 회사 동료 중에 맘 맞는 사람 1명" 이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겨우 그 정도면 된다고? 의문스러웠지만, 오늘 아침 문득 나는 그 3명 중에 단 1명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편은 나의 스윗 달링이지만 다른 2명은 아직 없다.
연인이 생기고, 직장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끈끈했던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 같다. 그 균열에 물이 들어오고 점점 수로가 생겨서 알지 못하는 친구의 새로운 사연은 더 이상 그 친구의 생각과 감정을 읽기가 어려워졌다. 새로운 것들이 새로운 생각으로 파생되니까 말이다. 걷잡을 수 없이 모르는 것들이 많아지는데 나는 그것을 들여다보지 않고 멀리 피해서 예전 균열 전의 그 모습만을 보고 있는 듯하다. 내가 아는 그 친구가 아닐까 봐 무섭다.
사람은 모두 변한다. 그리고 사람과의 타이밍도 변한다. 친구도 해당되는 것일까? 직장선배가 말한 친구 1명은 불변한 친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나에게 친구란 서로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너의 세계, 나의 세계를 공유하며 더 큰 세상을 만드는 존재이다. 실제로 나라는 사람은 친구가 없었다면 내가 원하는 이 모습을 찾아갈 수 있었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내가 품으려고 할 수 없는 것이 친구라는 것을. 내가 끊임없이 좋아하고 궁금해하고 그 사람을 보면 웃음이 나는 방관자라는 것을. 그가 살아가는 인생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서로가 공유되는 기억들이 한 책에 담긴 페이지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