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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 Jun 13. 2022

여행 가고 싶다

여행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반짝반짝 빛이나. 왜냐하면 내가 제일 설레는 것이기 때문이야. 새로운 것은 늘 재밌고 흥분돼. 특히 해외로 나가는 것이 좋아.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니까 정말 새롭더라고. 그러다가 뭔가 재미난 것을 발견하면 발을 동동 구르면서 꺄르륵 아이처럼 웃을 것 같아. 아 여행 가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재미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려고 해.


첫 번째, 게이트에서 보딩 할 때.

딱 비행기 타기 전에 내가 대기하고 있는 곳이 게이트. 그곳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어. 여기저기에서 다른 언어가 들린다니까. 뒷자리 사람들은 일어를 하고, 앞자리 아이들은 영어를 하고, 아예 모르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해. 그곳에서 나는 오로지 자유라는 사실이 느껴져. 한국어에 속박받지 않는 새로운 삶. 낯선 것에서 오는 불편함 보다, 모두 다른 언어를 쓰니까 오히려 더 편안해. 내가 나인 것에 인정하게 된다는? 그곳에는 각자만의 이유로 비행을 하려고 하는 개인들이 모인 곳이야. 


두 번째, 공항에서 캐리어를 끌면서 이동할 때.

공항은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바닥이 매끈했던 것 같아. 그래서 캐리어도 잘 끌어지지. 캐리어 안에 들어있는 내 짐들을 떠올려봐. 여름에 여행한다고 가정해서 스노클링 마스크, 수영복, 구명조끼가 있을 수도 있고, 휴대용 로션, 선크림, 선글라스, 공책과 펜, 슬리퍼, 모자 같은 것들이 들어있을 거야. 내가 여행 가기로 결정한 날짜만큼 사용할 물건들을 예상해 보고 다양하게 집어넣은 나의 소중한 캐리어. 그 기간 동안 나를 책임질 캐리어를 끌고 비행장에 나서는 순간 내가 여행자라는 것을 깨닫게 돼.


세 번째,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

혼자 여행하면 새로운 사람과 만날 확률이 높아져. 왜냐하면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 모르는 사람한테 물어봐야 하고, 또 혼자 온 사람은 심심할 때가 많아서 다른 사람과 하는 스몰토크를 반길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 그래서 한국에서 선물을 몇 개 사가거나, 여행지가 여러 곳이라면 각 지역마다 선물 몇 개를 일부러 사놓는 사람도 있긴 해.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이지. 맥주 먹다가 말을 걸어와서 이야기를 한다던가, 숙소에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어서 같이 저녁을 먹는다던가, 게스트하우스에서 같은 방을 썼던 사람과 일정이 같다면 목적지에 가서 서로 사진을 찍어준다던가 등등 말이야. 대신 사람 조심은 당연히 해야지. 여행에서는 더욱 나를 지키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기억 속에 사람이 있다면, 그곳이 좀 더 선명하게 남곤 해. 


네 번째, 외로움의 시간.

혼자 여행을 하면 생각보다 정말 말할 일이 없어. 그리고 음식점에 가서 혼자 뭘 시켜먹는 것도 신경 쓰일 때가 있어. 테이블 한자리를 차지하고 남들은 대화하면서 먹는 와중에 나는 혼자 내 음식만 바라보면서 우적우적 먹는 게 재미없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시키고 싶은데 돈이 안될 때도 있기도 하고 말이야. 나같이 구두쇠 같은 사람은 더욱 쭈뼛거리게 돼. 서빙하는 사람이 finish?라고 물어보면 괜히 찔려. 그리고 생전 모르는 길을 지도만 보고 찾아가면 어쨌든 길을 모르니까 방황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엄청 피곤하고 지치지. 나는 여름에만 여행을 했어서, 진짜 너무 더워서 지쳤던 것 같아. 그럴 땐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야 해. 어떻게든 내가 가려고 했던 길을 가야 하니까, 내가 결정한 길을 말이야. 밖에서 일정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오고 나면 정적이 찾아와. 호텔 같은 개인실을 잡는다면 말이야. 또 잘 모르는 곳에서는 웬만하면 늦은 밤까지 밖에 있진 않으니까 일찍 돌아온단 말이지? 그러고 나서는 자기 전까지 참 적적해. 

그래도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이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특별한 경험이야. 이때 나는 들고 간 공책과 펜으로 오늘의 생각, 계획, 일기 등을 끄적였어. 쓸 말이 없거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는 그림도 그리곤 하지. 만약에 근심거리가 있었다면 아마 그 생각을 엄청나게 며칠에 걸쳐서 하게 되기도 할 거야. 그럼 생각할 때마다 내가 내린 결론이 이랬다 저랬다 하기도 하지. 그러면서 그 생각이 결국 어떻게든 정리가 돼. 물론 일의 결말이 정해지는 건 아니지만, 나의 감정 서랍 속에서는 잘 접혀 들어가게 되는 거지. 깔끔해진달까.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선택들을 하고, 그것을 감당하게 되는 건 나야. 과정은 내가 만들 수 없고 우연과 우연이 결합하여 새로운 시간들을 살게 돼. 그게 경험이고,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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