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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 Jun 06. 2022

나는 사랑이라는 것이 참 신기해

좋아하는 것이 별로 없어. 운동하다보면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는지도 잘 기억하지 못해.

좋아하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은 결국 무심하다는 결론이 내려지고 했어.

나는 그만큼 내 자신과 많이 대화하는 편이고, 사실 멍 때리는 시간이 많다고 보면돼.

그런 나의 단조로운 생활은 아마도 사랑이 없었다면 인조인간 같았을 거야.


몇년 전 부터 나는 취미를 만들고 싶었어.

나는 항상 부러웠거든. 어떤 외국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그것을 수차례나 보고 외국어를 외우는 사람.

그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수 있어? 나는 부러워. 그런 사람이.

무언가를 좋아해서 치열한 삶을 살다가도 그 취미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 말이야.

아 또 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뮤덕 친구도 나의 부러운 사람 중 하나야.

무언가에 관심가지지 못한다는 거 되게 심심해. 


그런 내가 단 하나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마도 사랑인 거 같더라구.

사랑한다는 것은 나에게 호기심이고, 알고 싶고, 만지고 싶고, 깨물어 보고 싶은거야.

그래서 사랑하는 그 사람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비죽 웃음이 나.

사랑하는 사람이 그밖에 없으니까 그는 부담스러워 할까? 

그만큼 나는 내 마음을 많이 숨기려고 노력하고, 또 집착하지 않으려 하지. 

언제든 끝날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곤 해.

그래서 오늘 사랑할 수 있을 때, 그를 더 안아보고 더 사랑한다 말하고 더 느끼려하고 궁금해 하지.

왜냐하면 헤어지면 더이상 내가 사랑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좋아하는 것이 별로 없는 성격은 오히려 이런 부분에 깔끔해. 욕심이 전반적으로 없지.


또 내가 사랑하는 것은 자연이야.

비가 왔던 날이면 해가질때 분홍색으로 물드는 저녁 하늘.

7월, 8월에 어떤 나무를 지나갈 때 정말 죽어라 소리치는 매미들. 뭼!!!!뭼!!!!!뭼!!!!!뭼!!!!!!!!!

빛나는 햇빛을 받으면 새파랗고 투명하고, 또 해가 지는 시간에는 실크처럼 부드럽고 불투명해 보이는 바다.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은 향, 음악 같은 감각이야.

예술가 친구의 작업실에 들어갔을 때 맡았던 진한 과일향 냄새? 이솝 룸스프레이 였는데 표현을 못하겠다.

또 영화 비긴어게인에 나왔던 lost stars같은 멜로디와 가수의 목소리.

새로 빨아서 뽀송뽀송하게 건조시킨 이불의 따뜻함과 부드러움과 향기와 포근함.

달고 꾸덕꾸덕 깊은 치즈맛이 느껴지는 진한 치즈케이크.


얘기하고 보니까 좋아하는 것이 많네.

그런데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면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더라고.

아무래도 관심사가 다르니까. 게임도, 어떤 가수도, 야구도, 코인도, 주식도...

또 이야기 하다보니까 내가 편협했다는 생각이 들어.

왜 아무말도 못했지?

나는 내가 누리고 있는 자연과 내 감각에 즐거움을 주는 것들을 사랑해. 

그것은 네가 궁금해한다면 예를 들어줄 수 있지만 굳이 이해해 달라고 얘기하진 않을 거야.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굳이 너에게 설명하고 이해받을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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