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번도 세상이 슬프지 않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의 슬픔들을 나열해보자면,
헤어진 아버지를 만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서 배웅 나온 아버지에게 손을 흔들 때
큰 시험을 위해 한 달 동안 전전긍긍하다가 그날이 끝나고 나서 왜 내가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화가 날 때
애인이 나를 밀어낼 때
친구가 나에게 등을 돌릴 때
부지런한 내가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때
엄마에게 간섭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엄마의 눈물을 봤을 때
방이 좀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나도 정관장에서 제일 비싼 거 사서 드리고 싶은데 5만 원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을 때
지나온 과거를 떠올릴 때
시간이 흐른다는 생각과 나는 여전히 능력 없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질 때
허무할 때
날 이해할 것 같았던 친구가 내 편이 아닐 때
의지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힘들다고 얘기하니까 못 들은 척 외면할 때
죽을 걸 알면서도 살아가는 게 삶. 이별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것이 삶.
슬픈 세상에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만들어내면서 살려한다.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참 힘들다. 그렇지만 오늘은 밥을 든든하게 먹고, 방금 도라지 꿀차까지 따뜻하게 마셔서 그런지 행복의 기운이 꽤 있는 상태다. 그냥 항상 이렇게 단순하게 행복해하며 살고 있다.
딱 봐서는 알 수 없지만 누구나 눈물 젖은 빵을 가지고 있다. 견뎌내고 감당해내는 자신만의 노력으로 지금의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