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주댁민댕씨 Jan 29. 2023

막내의 자전거

현관 앞에 둘째가 타던 자전거와 친구의 아이가 타다 물려받은 자전거 2대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던 어느 날, 막내가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했다. 아직은 너무 어리다고 안된다고 미루기를 수십 번 끝에 결국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여름은 훌쩍 지나고 겨울을 바라볼 그즈음에 막내는 네발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막내를 바라보고 있으니 애들도 참 제각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자전거를 타기까지도 꽤 다르구나!’ 새삼 깨 닿는다.


앞으로 굴러도 쉽게 뒤로 돌아와 버리는 발 때문에 나아가지를 못 한다. 그래도 네발자전거쯤은 4살 때 거뜬히 타던 지우와 지아를 생각하며 곧 하겠지 싶었다. 놀이터 밖에서 낑낑거리며 한 바퀴를 돌고 오더니 다리가 아프다며 잠시 평상에 앉아 쉬었다. 그때를 기다리던 우진이가 슬쩍 다가와 “나도 한 번 타봐도 돼?”라고 묻자 잠시 머뭇 거리더니 한 번만 타 보고 달라고 하더니 계속 우진이를 주시한다. 불안한 마음에 흔들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 번씩 발을 구르고 멈추기를 계속하더니 짜증이 났는지 왜 안 가냐며 버럭 소리를 내어 울어버린다. 그때 바람처럼 우진이 앞에 나타나 서진이가 자전거를 체가 발을 굴러 자전거를 타고 가버린다. 한 바퀴 도는 동안 힘들어하더니 타는 방법을 터득했다. 몇 번을 타더니 제법 잘 간다. 유치원까지도 타고 가겠다고 해서 몇 번을 동행했다. 우진이는 서진이가 다 타고나면 자기가 타야겠다고 말하며 삐죽 웃어 보인다.


자전거는 몇 번의 동행 끝에 추위에 밀려 다시 현관 앞에 세워져 있다. 봄 되면 다시 타보자고 했는데 물려받은 자전거 보다 조금 더 큰 누나의 자전거를 쓱쓱 만지더니 “나 이제 이거 타도되지 않아?”라고 묻는다. 봄이 되면 또 얼마나 신나게 자전거를 끌고 나갈지 안 봐도 알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초등학생이 되어 자전거가 너무 타고 싶었는데 사 달라고 말도 못 하고 아빠한테 가르쳐 달라도 떼를 써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친구가 시골에 가야 한다며 자전거 자물쇠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신의 자전거를 잘 봐달라고 부탁하고 떠났다. 나는 그 자전거를 매일 같이 꺼내 타고 또 타고 언덕 끝에서 집 앞까지 내려오는걸, 처음에는 중심도 못 잡더니 이틀 만에 진정 자전거의 달콤함에 빠졌었었다.


친구가 돌아와 “내 자전거는?” 하고 물었는데 뻔뻔하게 매일 같이 잘 있는지 확인하느라 무척 힘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나에게 자전거를 맡겨두고 내가 자전거를 타게 됐을 거라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자전거를 독학으로 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자전거에 대한 욕심을 늘 자리 잡고 있었다. 늘 자전거를 타다 말다를 반복하더라도 다시 손잡이를 잡고 올라탈 때면 늘 흥분되는 건 그런 설렘을 맛본 덕이 아닐까 싶다.


그 기억의 글을 쓰고 있으니 열심히 발을 굴러가며 네발을 타고 두발을 타기까지 자신의 온전한 노력이 있음을 알고 자전거에 대한 설렘을 늘 간직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첫째도 나처럼 어디선가 연습을 하고 두발을 탈 때쯤 짜잔 하고 나타나 자전거를 타는 친구들 속에서 함께 하며 두발을 굴리도 땀을 흘렸다. 그 노력이 어떤 일을 하던 그렇게 해 낼 수 있는 씨앗 같은 마음이 되었으면 한다.


아직은 두 바퀴로 서있는 누나의 자전거에 보조바퀴를 달아 봄이 되면 서진이와 함께 놀이터를 향해 밖으로 나와야겠다. 겨울이 오기 전 아팠던 무릎을 떠올리고 끙끙거리고 이마에 맺혔던 땀들을 기억하며 인생을 살아간다면 매일의 힘듦도 가끔은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 때문에 웃음이 절로 난다. 그렇게 매일 커 가는 거겠지. 어서 봄이 오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일어공부를 시작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