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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주댁민댕씨 Feb 02. 2023

기본이라는 마음

방학이라는 이유로 도통 밖에서 커피 한 잔 마신 지가 언제인지 의심이 될 무렵 친구가 새로 생긴 카페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공들여 세운 카페의 사진은 말 그대로 너무 예뻤다. 워낙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들에 밀려 제대로 취미 다운 취미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다음에 꼭 같이 가보자는 말을 끝으로 나는 여전히 방학 생활 중이었다. 유치원 방학이 끝나자 아이 넷이 시끌벅적하던 집은 조금 아주 조금 조용해졌다. 그 틈을 타 나는 친구와 그 카페에 가보기로 약속을 했다. 주차장 입구부터 줄을 서 있는데 “평일 낮에 이럴 일이야?”라는 말을 던졌다. 문득 인스타 속에서 1시간을 가 다려서야 카페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우연히 보게 되었던 피드를 떠올렸다. 내심 생각했다. ‘정말 핫하구나?’ 15분의 기다림 끝에 주차장을 들어서는데 보통 생각하는 카페 주차장하고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오! 역시...”


3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아보려 했다. 인테리어로 멋지게 자리 잡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빈자리는 하나도 없었다. 좋은 자리들마다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니 이곳의 인기를 실감했다. 2층으로 내려가 보았다. 역시 자리는 별로 없고 상당히 북적 거린다. 통창으로 비친 뒷산도 보이고 중앙으로 물이 흐른 인테리어가 예뻐서 한참 바라보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사진으로 담고 싶었는데 앞에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담기는 걸 보고 나니 포기해 버렸다. 아쉬움을 남기고 1층에 겨우 마주 볼 수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곳이라 사람들이 계속 지나쳐 가지만 2층보다는 조용했다. 메뉴판을 한참 올려다보며 “커피가 꽤 비싸구나!” 8000원에서 만원 가까이하는 음료의 가격표를 보면서도 맛있다면 이런 인테리어도 보고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도 딱 그거다. 예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새로운 공간에 대한 간접적 경험이랄까, 그런 것들을 커피값으로 저렴하게 누린다고 생각하니 참 즐거운 일이었다.


라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꽤 금방 진동벨이 울렸다. 음료를 받으러 도착하자마자 내 표정은 굳어졌다. 잠시 멈칫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잔을 당당히 보여주고 버리고 오고 싶었지만 같이 온 사람들 때문에 잠시 참았다. 음료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내 감정을 드러내 버렸다. 8000원이나 하는 커피를 체인점처럼 아무 무늬 없는 플라스틱 컵에, 그것도 흠집이 가득한 플라스틱 컵에 담아낸 커피와 무광 화이트 머그에 연필로 낙서라도 해놓은 듯 거세게 긁힌 자극이 선명한 컵에 내어준 커피가 순간 나를 너무 화나게 했다고 말했다. “어느 카페에서도 난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는데, 집에서도 안 쓸 것 같은 이런 컵을 손님에게 내어준다는 게 기본이 안 된 느낌이랄까.“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커피도 맛이 없다.


’이런 인테리어 하는데 내가 돈과 시간을 엄청 많이 썼어. 그런데 내가 투자한 만큼 손님들한테 좀 받아 내려해! 올 거면 오고 아니면 말고, 그러니까 그냥 내가 대충 싸게 준비한 컵에 대충 만들어 담은 음료 먹고 인테리어 이쁘다고 사진 많이 찍고 인스타에 좀 팍팍 올려줄래?‘ 뭐 이런 느낌이랄까, 그 나쁜 기분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 수 있는 일에 나는 화가 났다. 동네에 작은 카페들도 귀여운 잔에 음료를 어떻게 담아 주어야 더 이쁜지 생각하고 담아 준다거나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주문받은 음료 잔에 분위기를 담아내어 음료를 내어 주곤 한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 한마디와 정성이 보이는데 이 커다란 카페 안에서는 정성 따위는 돈 들인 건물 뿐이었다. 손님을 대하는 손길과 행동은 기본이 담김 마음이라 생각한다. 그 마음이 좋아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데 ‘여기는 딱 한 번이면 됐다’ 싶은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사실 그 한 번도 아깝다.


’ 모두가 온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금 모두 지나가는 중‘이라는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시집 속의 문장을 곱씹고 또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이 곱씹음 끝에 오늘의 이 언짢은 기분이 자꾸만 떠오르는 건 왜일까, 손님과 주인을 떠나 우리는 기본은 지키고 지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마음으로 상대를 대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지나가는 과정 속에서 좋은 마음으로 간직하고 온 곳으로 돌아간다면 그 마음으로 오래오래 간직하고 떠올리며 행복하기에 충분하다고, 더 이상 이런 기본 없는 손길은 더 이상 전해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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