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생각

그 어느 날 아주 늦은 안부

by 나르는꿈

나에게는 남동생이 먼저 있었다.

나와 둘째 여동생 사이 남동생이 있었단다.

나와 둘째가 세 살 터울이니 내가 첫돌이 지나고 아마도 연년생으로 남동생이 태어났다고 했다.

양막을 채 벗지 못하고 태어난 아기를 보고 놀란 막내이모가 무서워서 어찌할 바를 몰라 산고에 지쳐 혼절한 엄마 곁에 그대로 두고 누군가를 부르러 나갔다고 했다.


얼마나 지났던 것일까, 혼절했다 깨어난 엄마는 싸늘하게 식은 남자아이를 보았단다.

남동생은 태어나서도 벗지 못한 양막에 질식되어 그대로 잠든 것이다.

태어난 그 자리서 그대로 영원히..

눈이나 떠 봤을까,

'으앙'하고 일성이라도 질러 봤을까..

양막에 갇혀 세상 빛도 못 보고 그 빛에 의해 빠르게 마른 양막에 소리 한번 숨 한번 내뱉어 보지도 못하였던 것일까

무심했었다. 어려서 성장이 빨랐던 나를 보고 지 동생 젖까지 다 먹어 튼실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냥 남동생이 있었나 보다 잘못되어 태어나자마자 죽었나 보다.. 그렇게 무심했었다.

첫딸을 낳고 연년생으로 아들을 낳았다는 안도감에 잠시 맘을 놓고 안심했던 엄마는 싸늘히 식은 갓난아기를 보고 어떠했을까..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훗날 여동생이 친정에 다니러 가서 엄마와 함께 자면서 물어보았단다.

오빠가 있었다는데 왜 잘못되었냐고, 갑자기 엄마는 낯빛이 어두워지면서 왜 마음을 긁느냐고 가늘게 떠셨다고 했다. 예정에 없이 갑자기 산통이 와서 마침 집에 와 있던 막내이모를 붙들고 힘을 쓰다 아이가 나왔는데 아들이다 하는 말을 듣고 그 뒤로는 기억이 없었단다.

눈을 뜨니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갓난아기가 싸늘히 식어 있었단다.

아이를 낳아본 적도 혼자 출산하는 걸 도와준 적도 아이를 받아본 적도 없는 엄마의 여동생 막내이모는 양막에 얼굴이 덮인 아기를 보고 어찌할 줄도 모르고 무서워서 이웃의 누구라도 데리러 뛰쳐나갔다 했다.

동생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었을까..

엄마는 한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단다.

나는 감히 엄마에게 남동생의 존재에 대해 물어보지 못했다.

그냥 태어나자마자 잘못되어 죽었나 보다 그런가 보다 했다 참 어이없는 무심함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나는 그랬다.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는 더더욱 그랬다 나는..

그렇게 나는 무심했다. 동생이 그 말을 해주기 전에는 그 슬픈 이야기를, 그런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뒤늦게 아주 뒤늦게 이제야 갓난아기 내 남동생의 안부를 묻는다.

눈은 떠 봤니..

울어 보기는 했니..

차라리 꿈처럼 잠에서 깨지 말고 그대로 잠들었기를 아프게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