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

전철 안의 행위예술가

by 나르는꿈

전철 안의 행위예술가


때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샤프하게 선을 그린다

껌벅껌벅 눈까풀을 작동하며

날렵하게 가늘게

눈 언저리 딱 거기까지

고난도 작업이 끝났다

이번에는 뭉텅한 털붓으로

가볍게 두 뺨을 쓸어준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명도를 확인하는

예쁜 짓의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마무리로 선홍빛 입술이 폈다

이번에는 작은 콤팩트거울로

아래로 위로 이쁜 짓을 더하고

찡긋 손바닥 거울 속에 웃어주고

지옥철 구호선에서의 행위예술이 막을 내렸다


조용히 바꾸어 든 휴대폰

살포시 치켜든 턱 내려 뜬 눈으로

제각각 색깔의 손톱을 가진 손가락으로

튕기듯 터치를 한다


창으로 반사되는 화면에는

어제의 연애뉴스들이 스쳐간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2016 10




출퇴근 시간에는 버스든 지하철이든 비슷한 시간대에 모인 사람들로 붐빈다.

첫 손자를 케어하러 출퇴근을 할 때가 있었다.

아들부부는 집과 직장이 걸어서 삼십 분 이내에 있는 정말 좋은 환경인데 아이를 낳고 당장 휴직할 계획이 없었다 개인병원에 근무하는 며느리는 그럴 수 있는 상황도 못되었다. 그런대다가 본가인 우리 집에 맡기고 출퇴근하기에는 본가와 아들네와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서울의 서쪽과 동쪽의 끄트머리쯤이니

직업상 늦은 저녁에 시작하는 일이 많은 남편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저녁에는 할미인 내가 시간이 없었다.

자연스레 할미가 출퇴근하게 되었다.

출근시간대에 일이 분 간만의 차이로 앞 열차를 놓치면 다음 열차에서는 그 배의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구호선 지하철을 지옥철이라 부르는 이유를 체험하며 두어 정거장 남기고 팔호선을 갈아타면 거기서도 다시 구겨졌다가 뻣뻣해진 다리를 풀며 천사인 손자를 만나러 다녔었다.

그와 있는 순간은 그냥 행복 그 자체였다 그러니 아무리 지옥철이라 해도 내게는 행복전철이었다.

그렇게 서로 가장 가까운 거리를 최대한 유지하며 중심을 잡고 있는 중에 주위를 돌아본다 대부분 손 안의 기기 안에서 자기만의 시간들을 가지고 있다. 그 사이 가끔씩 예술인을 본다

서 있을 때도 있지만 자리에 앉아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자연스러운 손놀림은 한결 여유로웠다.

안보는 척 못 본 척하면서 힐끗힐끗 커닝하다 다 끝나고 새초롬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화장을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나는 제대로 감탄한다 아름다워졌다.!

처음엔 안 해도 청순하니 이쁜데 하고 안쓰러웠는데 수고로움이 끝나니 확실히 다르다 사람이 달라 보인다.

이래서 화장을 하는구나 하고 혼자 감탄했었다.

출근시간에 쫓겨 미처 자신은 다 챙기지 못하고 일터로 향하는 순간까지 정성으로 예를 다하기 위해 자기를 가꾸는 그 모습이 그런 용기가 부러웠다.

오늘도 아름다운 이들에게 아름다운 일들만 가득하여라

ㅡ아름답다의 어원이 나답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나는 그래서 이 말이 참 좋다 아름답다 ㅡ나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