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입니다.

구멍 많은 워킹맘 이야기

by 애플슈즈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 학교를 지날 때마다 '언젠가 우리 아이가 이 곳에 다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을 뿐,


이렇게 현실이 빠르게 다가올거라 생각치 못했다.


유모차를 밀며 학교 운동장을 거닐던 때가 생생한데


이 아이가 두 발로 걷고 뛰며 그 학교를 누빈다.



1학년 학부모들은 챙길 것도 많다는데,


나는 아이 1학년에 맞춰 복직을 했다.


같은 학교에서 일할거라 복직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봄교실에 떨어졌다.



같은 공간에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했던


근거없는 안일함과 방과후학교라는 옵션에 기대를 걸었는데


방과후교실마저 떨어졌다.



동학년 협의실에서 방과후교실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부들부들 떨리는 손...


3월은 적응기간이라고 1시면 하교하는데


1시에는 받아줄 곳이 없었다.


부모, 친척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는 나는


어떻게든 도움을 구해야 했는데


안되면 도서관에 있으라고 할까. 하며


어떻게든 방법은 생길거라 근거없이 안일하게 있었던 것 같다.



그 흔한 태권도학원도 3시부터 시작이었다.


1시부터 하는 곳을 찾아 헤매다


수업은 2시부터지만 1시부터 문을 열어줄 수 있다는 태권도학원을 찾았다.



방과후교실은 추가 모집 신청으로 딱 하나 미달되었던 첼로 교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바이올린과 첼로,


아이는 갑자기 방과후 교실로 두 가지 악기를 배우게 되었다.


배움보다 있을 곳이 필요했기에 그냥 둘 다 넣기로 했다.




4주 후 적응기간이 끝나면 5교시 4교시로 하교시간이 들쭉날쭉해서


3월은 3월대로 스케줄을 조절하고 4월부터는 또다시 조절해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있을 곳이 없을 때는 도서관에 남아있게 했는데


집에서는 책을 잘만 보는데 학교에서는 10분마다 장소를 옮긴다.


다행히 한 명이 더 남아있게 되어 둘이서 교실에 남아 색종이접기를 하게 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게도 하고 서로 문제를 내고 풀어보게도 했는데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곳에서 40분은 생각보다 길었다.



아이 친구 엄마가 40분을 봐주러 와주신다고 하셨는데 그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본인의 아이는 다른 엄마에게 맡기고 와야 했기에...


결국 한명의 친구마저 남아있지 않은 날에는 태권도 학원에 부탁하기로 했다.



하루 하루 스케줄 생각으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워킹맘이다.


철두철미하게 일하는 커리어우먼을 생각했는데,


벌써 선생님에게 여러번 연락을 받았다.


똑같은 안내장을 나도 아이들에게 내주고 있는데


"안내장에 싸인이 없어요."


"안내장에 이름이 없어요."


"줄넘기 줄이 안맞춰지고 그대로 왔어요."


"오늘은 하교 후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하네요."


안심알리미 신청마저.. 아빠에게 부탁했더니


"학교 이름을 다른 학교로 신청했어요."



나는 지금 구멍많은 1학년 학부모이다.


구멍없이 철저히 보려고 하는데,


다들 1학년 초, 긴장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준비물을 챙길텐데


같은 학교에 있으면서 왜 이리 구멍이 많은걸까.



허둥지둥 워킹맘의 3월이 흐르고 있다.




오늘은 더 철두철미하게 챙겨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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