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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한살롱 Oct 22. 2022

꽃 선물에 대한 생각

그리고 브랜딩  


'꽃 선물이 싫은 게 아니라 꽃의 취향이 맞지 않은 거였어.' 


한 때 나는 꽃을 선물로 받는 것을 그리 환호하지 않았었다. 

물론 받는 순간엔 상대방을 배려하여 최대한 기쁘게 표현하려 애쓰지만 속 마음은 확실히 그랬다. 

꽃다발보다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화분이, 화려한 꽃보단 싱싱한 관엽식물이 더 좋았으니까. 

그런데 돌이켜 다시 생각해보니  꽃 선물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꽃의 취향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오늘의 집에서 오하우스 시즌 7 멤버들에게 보내주는 꽃 선물, 두 번째 꽃 선물이 도착했다. 

" 엄마, 택배 시킨거야?  상자가 예쁘다" 

도착한 꽃을 펼쳐보니 전날 도착한 택배상자를 그제서야 발견한 건지 지난 달보다 싱싱함은 덜했지만

계절의 변화에 맞춰 조금 더 가을과 어울리는 구성의 생화가 단정하게 상자 안에 들어있었다. 


오늘의집 x 라마라마  콜라보의 결과물을 2번 받고 나니 해당 꽃 회사, 사이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꽃 구성의 톤앤매너가 뚜렷했고 포장의 상태와 함께 동봉된 아트 엽서, 식물 영양제 등 디테일이 섬세했으며 

우아하지만 거북하게 화려하지 않고, 섬세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았다. 


이 브랜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을까? 

1인 브랜딩, 셀프브랜딩을 늘 고민하는 나로서는 이제 자연스레 이런 질문과 연결이 된다. 



유리화병에 꽂아둔  꽃이 근 2주 가량 테이블의 생기와  아름다움을 담당하는 것을 보면서 

자그마한 크기로도  분위기를 바꾸는 힘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생화의 아름다움이 저문 이후 뒷처리를 해야 할 땐 한껏 큰 꽃다발이 늘 마음의 짐으로 작용했더랬다. 

그런데 지금 받고 있는 꽃들은 정말 딱 한 줌, 한 묶음이라 정리할 때도 훨씬 부담이 덜하다.

말리기 좋은 꽃은 종종 선별하지만 결국엔 대부분 버려야 하니까 .....




담백한 종이 포장,  차분한 컬러톤,  조화로운 디자인 


이런 것이 내 꽃 취향이었구나 싶었다. 

비닐에 둘둘 말린 꽃이 별로 였고, 지나치게 화려하고 원색적인 꽃에 덜 끌렸던 것이다.

공간을 늘 꾸며왔던 입장에선 꽃 혼자만 돋보이기보다 주변의 환경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한데

빈티지 레트로 취향의 내가 보기엔 대부분 공간에서 꽃이 지나치게 도드라졌던 것 

그런데 그렇지 않은 꽃이 인테리어 오브제로서 공간과 조화를 이루고

 평범한 일상에 로맨틱한 이야기를 입혀주니

' 아 이거 꽤 근사하구나'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된다. 


아는 꽃 보다 모르는 꽃이 더 많다. 


김춘수의 시처럼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더 특별해지는데 

길에서 만난 예쁜 들꽃들의 이름도  번번이 잊어 버린다. 

스치듯이 본 적은 있지만  잘 몰랐던 아이반호, 보리사초, 크러스트 스타 



꽃이름이 적힌  감각적이면서도 친절한 엽서  덕분에 한 번이라도 더 이름을 외우려 노력할 수 있었다.

발견된 취향을 저장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꽃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가이드북 같은 느낌


' 고객의 입장에선 이런 섬세한 배려가 참 좋구나' 

회사명 '라마라마'가  '마음속의 기쁨을 깨운다' 라는 의미라는 것을 읽고는 

이 역시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



우리는 창의적인 공간을 연출하며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라마라마- 


오하우스시즌7 2번째 꽃 선물 덕분에

다시금 내가 운영하고 있는 유리뉴유리한살롱의 정체성, 가치, 슬로건을 돌아보며 

언젠가는 이런 브랜드처럼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 브랜딩은 여전히 내게 많은 숙제를 던져주는 쉽지 않은 여행이다. 


그럼에도 더 공부하고 싶고, 알고 싶고, 시도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작업 :) 

오늘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모두에게 건투를 빌며, 예쁜 꽃이 시들지 않도록 화병의 물을 갈러 

총총 주방으로 간다. :) 






함께 읽기 좋은 글 :  '나' 라는 브랜드, 나는 누구일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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