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그리움이다
아이에게 엄마의 귀가는 기다림이고 그리움이었다.
일하는 엄마 대신 할머니 손에 키워져 그리 살가운 사이도 아니건만 어둠이 내려앉을 때 즈음이 되면 아이는 철제대문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챙’하는 날카로운 소리에 몇 번을 실망하고서 맞이하는 엄마에게는 쓸쓸한 바람 내음이 배어있었다. 엄마는 고단함을 이고 노오란 양은 냄비에 밥을 하고 검은 봉투 안에 담아 온 반찬거리로 저녁상을 차려냈다. 단출한 상이지만 엄마 없이 챙겨 먹은 점심보다 나았다. 아이는 고봉밥 두 공기에 통통해진 배를 안고 부엌에서 들려오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에 까무룩 잠이 든다.
달을 베어 먹은 아이
초저녁 뽀얀 달이 떠오르면
허기진 배를 감싸 쥐고
마당에 내려선 아이 하나
담장 밖으로 고개를 빼어보고
까치발을 들어 보는 걸로
더디 가는 시간에 채찍질을 해본다
풋과실 대롱대롱 메어 달린 나무 아래
무릎을 쥐고 앉아
얼른 영글어 고놈 하나 따먹으면 좋겠다
입맛 다시다가
고새 한 뼘이나 떠오른 달을 보곤
저 하얀 달이 떡이라면
담장에 길고 긴 사다리 걸쳐두고
으쓱으쓱 타고 올라 야무지게 떼어다가
한 입 베어 먹고 아랫목에 넣었다가
피곤한 엄마에게 드릴 텐데……
쪽마루 걸터앉아
까딱까딱대던 발짓이 뜸해지면
그제야 어둠이 제법 내려앉은 동네 어귀로
달을 등에 진 그림자 하나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