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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테리 김작가 Jun 20. 2022

강직 척추염 환자의 여행

단골손님이 방문했다. 공방에서 아내와 셋이서 담소를 나누다가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내와 단골손님은 한껏 들떠서 그동안의 여행에 대한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반면에 나는 그냥 즐거운  거짓 웃음으로 그들의 대화의 무드를 맞춘다.


강직 척추염 환자로 살아간지도 어언 20년이 다 되어간다. 나에게 여행이란 그리 즐거운 활동이 아니다. 강직 척추염 환자에게는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여행을 하게 되면 그 루틴이 완전히 깨져버린다. 혼자서 여행을 한다면 조절이 가능하겠지만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되면 쉽지 않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숙소로 돌아와서 쉬면 되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무조건 운동을 해줘야 한다. 그냥 쉬게 되면 다음날 몸이 평소보다 몇 배는 뻐근하고 아프다. 적어도 가슴팍에 하트 모양 땀자국이 생길 정도는 해줘야 한다. 그냥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로는 택도 없다.

그렇다 보니 나에게 여행은 피곤하고 번거로운 활동인 것이다.


과거에 대학교에서 과에서 동아리에서 반강제로 참여해야 하는 여행들은 오죽했을까… 너무 힘들었지만 아픈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꾸역꾸역 참여했었다. 그때는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었다.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과의 여행도 즐거웠지만 돌아온 후 며칠은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여행이란 단어를 들으면 설레기보다는 얼마나 힘들까 걱정이 되고 들떠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면서 밉기도 하고 그들과 나의 처지가 비교되면서 우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있는 바르셀로나는 반드시 가고 싶다. 아내와 장모님과 같이!!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리는 일이다. 이번 생에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사명처럼 느껴진다. 운동이 하기 싫다가도 바르셀로나를 생각하면 하게 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보며 그때까지 꾸준히 관리를 잘하겠노라고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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