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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jelly Nov 29. 2021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어릴 때는 알지 못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되고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어릴 때는 좋은 것들 사이에서 더 좋은 것을 고르는 선택을 했던 것 같은데 커서는 좋아하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내가 그 중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무인지 고르게 되는 선택을 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

그동안의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이끌었고, 그 선택들이 바로 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

배려는 상대방이 배려라고 느껴야 배려라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함을 아는 것.

친구와 왜 멀어졌는지, 어릴 적 그 사람과 왜 헤어지게 된건지 알게 되는 것.

그리고 부족하지만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는 것.


결혼할 때 주례 없는 결혼식을 해서 아빠가 편지를 낭독해주셨는데 그 때는 사실 아빠가 딸과 사위를 위해 해주고 싶은 말씀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편지에 꾹꾹 눌러담아 쓰셨을지.. 그 때는 온전히 그 큰 마음을 모두 깨닫진 못했던 것 같다.

언니 결혼식 때 나 언니가 부탁한 일을 처리하느라 정작 결혼식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친척들이 언니랑 아빠가 팔짱 끼고 서로 마주보 웃으며 입장하더라 라는 얘기를 듣고 그 모습이 참 이뻤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나중에 결혼할 때 그렇게 입장해야지 결심했던터라 결혼할 때 눈물을 꾹 참고 아빠와 포옹하고 팔짱을 낄 때 활짝 웃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순서에서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말았지만 그 때의 그 마음이 결혼한 뒤에도 계속 잊혀지지않고 마음에 크게 남아있는 걸 보면 결혼한 이후로 나는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조금 더 커졌고 그만큼 조금 더 성장하게 된 것 같다.


남의 결혼식에 갈 때마다 신랑신부가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는 철부지 막내딸이라 결혼전에도 결혼한 이후에도 부모님 속을 썩이긴 했지만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 분명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나도 아이를 낳으면 우리 부모님처럼 그게 아낌없이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사랑을 정말 많이 받고 자란 것 같다라는 말을 들을 만큼 나는 부모님께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한번도 나한테 매를 드신 적 없었고 험한 말도 단 한번도 하신 적 없었다. 항상 믿어주셨고 아낌없이 사랑해주다. 배은망덕하게도 철이 없 부모님 속 썩여도 매번 용서해주시고 큰 품으로 안아주셨다.


결혼을 하고 오랜만에 친정에 갈 때면 부모님의 머리가 언제 저렇게 하얗게 새었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손에 주름도 많아지셨고, 나에게 항상 크기만 했던 부모님의 어깨가 작아짐이 느껴질때 코 끝이 자꾸만 찡해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게 아닐까.

마치 부모님이 나를 보듯 내가 부모님을 보게 되는 것.

날이 추워지면 감기드실까 걱정되고, 눈이 오면 빙판길에 넘어지진 않으실까 노심초사 걱정되는 것.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아... 우리 아빠도 이렇게 힘드셨겠구나 생각하게 되고 집안일을 하면서는 이런 티도 안나는데 고된 집안일이 우리 엄마도 정말 귀찮고 힘드셨겠구나 느끼게 되는 것.

너무 당연해서 미처 몰랐던 것들이 너무 큰 고마움으로 다가오는  부모님의 마음인 것 같다.


나는 우리 부모님 세대가 윗 세대에 학습받은 자기희생의 당연함은 하고 젊은 세대들이 누리는 자유와 본인을 위한 투자는 구경만 한 과도기적인 세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 한켠이 영 불편하고 미안하다.


앞으로는 그래서 좋은 곳 많이 구경하며 여행하고 맛있는 것만 드시고 좋아하는 일만 하며 매일 매일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즐거운 시간으로 꽉 꽉 채우셨으면 좋겠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부모님 두분만을 위한 욕심도 가끔 부리고 두분만의 자유와 투자를 위해 돈도 시간도 아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아빠가 능력이 있어 지금도 일을 하고 있으니 너희 돈 쓰지말며 많은 보탬을 주고 계신데 그래도 자식들 용돈으로 플렉스도 하시고 효도도 조금은 마음 편하게 받아주시면 좋겠다. (물론 효도라 감히 말할 수 없을만큼 자식된 도리가 아직 너무 너무 부족하지만)

그리고 나도 우리 부모님처럼 큰 사랑을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그대로 전할 수 있는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른 중반의 나이가 되면서 내 얼굴의 주름 신경쓰이게 되고, 사회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갖춰야 하는 게 많아지는 것 같아 부담스럽지만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나이가 되었다는게 가끔은 고맙다. 물론 아직은 멀었지만 그래도 지금 내 나이였을 때의 부모님 마음이라도 공감할 수 있고, 그 마음으로 부모님을 보듬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부모님이 나한테 조금 의지하실 수 있지 않으실까 생각이 든다.

나도 지금 서른 다섯이 처음이라 서툴고 세상이 요구하는 서른 다섯의 완벽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데 우리 부모님 세대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 키우셨으니 정말 얼마나 대단한 분들이신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이렇게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주변에 베풀며 행복한 나로 인해 더불어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어른으로의 삶을 살아야지.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게 아니듯이 비록 지금 나는 많이 부족하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한, 부모님의 마음을 더욱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감사함을 부모님께 더욱 표현하고 더욱 많은 시간을 가지며 함께 소중한 기억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지.

나쁜 습관들은 고칠 줄 알고 좋은 습관을 기를 줄 아는 어른, 그리고 이렇게 알고 깨달은 것들로 소중한 게 무엇인지 항상 제대로 알고 더욱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채워갈 줄 아는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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