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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브봉봉 Mar 29. 2023

엄마, 나도 아이를 가질 수 있어요?




(우리 아들의 신생아때 발이예요.

아이의 질문에 아이의 어릴 적 사진들을 찾아보게 되네요. 작은 발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울컥해요.)



요즘 6살 아들이 아이, 생명, 죽음 등에 대한 주제에 호기심이 많아요.

자신의 어린이집 시절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내가 아기때는 어땠어? 라는 질문을 종종 하기도 해요.

엄마가 나이가 들어가면 할머니가 되는 것과

가족이 쭉 계속 오랫동안 살 수 없고, 언젠간 독립한다는 것도 이해를 하게 되어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엄마. 우리는 며칠동안 같이 살 수 있어? 같이 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어?"

"하늘나라까지는 어떻게 갈 수 있어? 거기는 어떻게 생겼어?"

등등 요즘 삶과 죽음에 대한 주제에 아주 관심이 많네요.

대답하기 퍽 어렵지만, 이런 아이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진지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유아기에 문득 떠오른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어쩌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방향성을 정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저는 이런 질문들에 늘 깊이 고심하고 평상시에 대비를 해놓기도 하는데요.

최근에 잠자리독서 시간이 '나의 엄마'라는 책을 읽었어요.

저번에도 몇번 물어보았던 주제인 '아이는 어떻게 생길 수 있어? 나도 가질 수 있어?'라는 질문에

두세번 정도 대답을 했는데 최근엔 더 디테일하게 물어오더라구요.






이 책 너무너무 좋아요.

저는 읽은 날 바로 책을 사서 우리엄마에게 보냈어요.

편찮으신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서요.

엄마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책 선물을 보냈어요.

엄마의 답장은 이렇게 왔어요.

"딸, 고마워. 읽으면서 벌써 눈물이 났어."

"우리 엄마한테도 보내줘야겠다."




아이들이 긍정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자라나길 바래요.

자신의 몸을 깨끗하고 정갈하게 관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길 원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의 초석을 가지게 되는 것이 저는 '부모와의 대화'에서라고 생각해요.

아직 가치관이나 사고가 정확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 걸어갈 방향을 이끌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아이는 어떻게 생겨?" 라는 어린이의 급작스러운 질문에

입을 뻐끔뻐끔하다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샤워하다가, 길을 걷다가,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하고 정리해두었었어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생명"에 관한 주제를 도움이 될까 이야기를 공유해봅니다:)





1. 여자와 남자



이건 유치원을 마치고 차안에서 나눴던 대화인데, 제 기준에서 너무 신선했던 기억이 있어요.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할거라고 생각을 못했거든요.

이건 미처 대비를 못했는데 여자와 남자에 대한 인식, 존중에 관한 태도를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주제였어서

아이에게 평상시 생각했던 부분을 잘 섞어서 이야기 해줬어요.

다행히 아이가 핵심은 정확히 이해한 것 같고

나중에 이런 비슷한 대답을 했었어서 공유해봅니다.


"엄마. 나는 어떻게 남자가 됐어?"

"남자랑 여자는 어떻게 결정이 되는거야?"


"그러게. 엄마는 어떻게 여자가 됐고, 하준이는 어떻게 남자가 됐을까?"

"그런데, 하준이는 남자가 되는걸 선택한거야?"


"아니..."


"맞아. 엄마도 여자가 되는걸 선택하지 않았어!"

"우리는 모두 여자나 남자가 되는걸 선택할수가 없어. 그건 정말 신비하고 놀라운 과정인데,

우리 몸에 있는 세포들끼리 결합을 해서 우연히 누군가는 남자, 누군가는 여자가 되는거래!"

"그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건 뭘까?"


"밥 먹는거? 간식 먹는거?"


"맞아. 그것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지. 또 뭐가 있을까?"


"노는거? 말하는 거??!!"


"맞아. 그건 다 우리가 선택하는거야.

"내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내가 선택하는 거지만

여자와 남자가 되는건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지?"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것에는 책임이 있는거야.

여자랑 남자랑 태어난건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여자는 힘이 약하니까 놀지마~ 남자는 힘이 세니까 최고야

라고 말하면 될까?"

(평상시 아이 유치원에서 여자, 남자 편을 갈라서 남자는 힘이 세서 최고라는 식의 이야기를 친구들끼리

했다는걸 들었었거든요.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어 고민이었었는데, 이날 딱 기회가 됐어요)


"아니야. 그건 아닌 것 같아."

(그후 잠시동안 아이가 생각에 꽤 잠겼어요. 유치원에서 아이들이랑 했던 말을 생각해 보는 것 같았어요)


"우리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잘 생각해야해.

그게 바로 나를 만드는 거거든. 그게 바로 아주 예쁘고 멋진 나를 만드는 과정이야.

우리의 손이나 발, 얼굴은 바꿀 수 없는데 나의 말투, 행동은 내가 가꿔가는거거든."


"응. 엄마! 알겠어~ 이해가 됐어."


이후로 아이가 여자는 약하고, 남자는 강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저번 글에서.. 화를 내는 것도 나의 선택이라고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나 행동도 나의 선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아이가 어릴때부터 인식하고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조절해나가길 소망하는데, 대화를 나눌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실은 요런 이야기들은 앉아서 하면 잔소리가 같고.

마음에 딱 와닿지 않으니까 평상시 먼저 질문을 하면 그때가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2. 아이는 생기는 방법



이건 아이들이 유아기에 한번씩은 참 궁금해하는 주제인 것 같아요.

아이가 도대체 어떻게 생기는거지!

잠자리독서를 하면서 이 주제가 튀어나왔어요.

최대한 사실에 입각하지만,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성교육 방법으로 말을 해보았어요.


"엄마. 나도 크면 아빠가 되는건가?"


"그건.. 하준이가 선택하는거야. 아빠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


"엄마. 나는 아빠가 되고 싶어."

"그럼 내 배에 아이가 생기는거야?"


"아이는 여자와 남자가 함께해야 생길 수 있는데, 임신은 여자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남자와 여자의 몸의 구조가 달라서, 여자의 배 안에서 아이가 자랄 수 있거든."


"도대체..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거야?"


"아이는 여자 혼자, 남자 혼자서 가지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게 아니야.

둘이 이야기를 해서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대화와 약속이 필요해."

"여자와 남자가 각자 아이를 만들 수 있는 씨앗을 가지고 있는데, 그 씨앗끼리 만나면 아이가 되는거야"


"그 씨앗을 어떻게 줄 수 있는데?"


"여자의 몸에는 길이 나있거든. 그 길로 줄 수가 있어."


"길이 있다고? 그럼 손으로 주는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정말 이렇게 말했어요)


아이가 이해가 되지 않아 짜증을 내더라구요.

이렇게 디테일하게 물어볼 줄 몰랐는데, 이참에 제대로 말해야겠다 싶었어요.


"여자의 몸에는 길이 두가지가 있어. 하나는 소변이 나오는 곳, 그리고 하나는 아이가 들어오고 나오는 곳."

"남자와 여자가 서로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서, 마음과 몸이 준비가 되면

신기하게 그 길이 열려!"

"평상시에는 열려있지 않은데,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면 신기하게 그 길이 열려서 들어갈 수 있는거야."


"아............(뭔가 이해된 표정) 그렇구나.

"엄마. 이제야 이해가 됐어."

"근데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찾아?"


"사랑하는 사람은 하준이가 찾아야지. 엄마도 아빠를 찾았어.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손으로 망원경 모양을 만들며)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잘 살펴봐야해."

"엄마는 그래서 아빠같이 멋진 사람을 찾은거야."


"아... 나도 찾고싶은데!"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찾아보면, 분명 있을거야. 엄마한테 꼭 소개시켜줘!"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대화를 마쳤어요.

우리 둘째도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더라구요.

여자만 아이가 생길 수 있다는 말에, 우리 딸은 무언가 자부심을 가진듯한 표정이었어요.

평상시에 오빠가 자주 이겨서 이건 자기만 할 수 있다! 이런 느낌이었어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대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며 겪게 될 무수히 많은 성감수성의 기로에서, 아이가 더욱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우리 모두가 원하니까요:)

저는 평상시에 대비를 해두었다 생각했는데도, 막상 아이가 물으니 땀이 나더라구요.

아무래도 저도 이런 주제가 익숙하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더 자주 말하고, 더 자주 관련된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도 하나 추천해드리고 갑니다.









유아기 성교육

다소 어렵고 피하고 싶기도 한 주제이지만

아이가 스스로 궁금증을 가지고

엄마아빠에게 물어왔을 땐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건강하게 자라나고 싶다는

반짝이는 신호요.

우리 그 신호를 놓지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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