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국 전통주 레스토랑에 다녀왔다. 흥미로운 단품 메뉴가 많았는데 들기름 막국수가 가장 인상 깊었다. 루콜라, 우니, 튀긴 수수를 올려 메밀면을 파스타처럼 플레이팅한 메뉴다. 재료들의 어울림이 기대 이상이었고 증류주와의 페어링도 완벽했다.
나는 익숙함에 새로움을 더하는 시도를 좋아한다. 이때 재료의 특징을 정확히 알아야 듣기 좋은 화음처럼 맛의 균형을 살릴 수 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새롭고 맛있는 데다 플레이팅까지 훌륭한 음식을 접하면 행복을 느끼고 자극도 받는다.
최근 일본 유명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카오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함께 작업하면서 어떤 한국 음식을 소개할까 고민하다 들기름 막국수로 결정했다. 해초 된장과 구운 버섯을 곁들인 들기름 막국수를 오미자 에이드와 페어링했다. 카오리는 한국 들기름 향에 무척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오늘 소개할 메뉴는 ‘들기름 막국수’다. 메밀면, 간장소스, 들기름, 김가루가 재료의 전부인 투박한 음식이지만 맛은 기대 이상이다. 들기름 막국수를 처음 맛본 사람은 단순한 재료로 이렇게 특별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 음식의 ‘치트키’는 단연 향이다. 신선한 들깨 향이 강렬하게 후각을 자극하며 입맛을 돋운다.
들기름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90%다.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리놀렌산의 함량도 높다. 영양과 맛이 보장되고 만들기도 간단하니 냉장고에 들기름이 있다면 만들어보자. 이번에 소개할 들기름 막국수는 구운 버섯, 해초 무침을 올려 맛과 풍미를 한층 더 살리고자 한다. 이 밖에도 좋아하는 재료가 있다면 ‘한 끗’을 더해보자. 계절에 맞는 음료를 페어링하는 것도 즐거운 시도가 될 것이다.
‘들기름 막국수’ 만들기
재료
메밀면 200g, 느타리버섯 30g, 해초 무침(2큰술), 김밥김 2장, 들기름 4큰술, 통깨 4큰술, 쪽파 1줄기, 소스(간장 3큰술, 설탕 1작은술, 식초 1작은술, 한식 채수 3큰술)
만들기
1 끓는 물에 메밀면을 펼쳐 넣고 면끼리 달라붙지 않도록 젓가락으로 젓는다. 물이 끓어오르면 찬물 한 컵을 2~3회로 나눠 부어가며 면을 삶는다.
2 흐르는 찬물에 면을 여러 번 씻어 전분기를 없애고 채반에 받쳐 물기를 뺀다.
3 볼에 소스 재료를 넣고 섞는다.
4 쪽파는 송송 썰고, 김과 통깨는 믹서에 넣어 3초가량 갈아 놓는다. 김을 비닐에 넣고 부숴서 사용해도 된다.
5 예열한 프라이팬에 버섯을 노릇하게 굽는다.
6 그릇에 먼저 메밀면을 담고 해초 무침, 구운 버섯, 소스, 김가루, 쪽파를 올린 후 들기름을 부어 마무리한다.
연출하기
마지막에 딜(허브)을 올리면 싱그러운 느낌을 살리면서 은은한 향도 즐길 수 있다. 식감을 더하고 싶다면 튀긴 수수, 귀리 등을 얹는다. 수수, 귀리는 낮은 온도에서 튀기고 키친타월로 기름을 닦은 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