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세상을 삐뚤게 보는 중이었다
이 회사에 마음을 붙이고 난 후, 그러니까 올해 초쯤 성격이 갑자기 변했다. MBTI로 표현하자면 ISFP였다가 ESTJ가 되었다. 특히 나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많이 변했다 싶은 점은, 내가 많이 냉소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어딜 가나 결점과 흠부터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자기만의 업무적 인사이트를 적어둔 발전적인 글을 볼 때 때때로 당연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영화 감상을 어려운 표현과 비유를 들어 그럴 듯하게 꾸며 쓴 때에는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다. 블로그 답방을 목적으로 달린 반갑지도 않은 형식적인 댓글들을 볼 때는 가식적이라고 생각했다.
냉소적인 생각들은 내 행동까지도 꽁꽁 묶었다. 인사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일을 하면서 겪었던 과정 정도만 공유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더 경력이 많은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하찮아보일까' 하면서 마음을 접었다. 내가 내 블로그에 글을 쓸 때에도 '조회수에 목 매는 사람들처럼 보이면 어쩌지' 라는 생각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마다 표현을 고민해야했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진짜 안해도 될 생각들을 하느라 두뇌 스트레스 검진 결과는 매우 높음을 찍었고 흘겨볼 이유가 없는 사람들을 흘겨보았다. 며칠 전 우리 집에 놀러왔던 지원이가 너무 완벽하려고 할 필요 없다고 그랬다. 완벽주의인 성격이라 기준이 너무 높은 걸 다른 사람한테도 스스로한테도 적용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리고 그만 좀 냉소적이라고 했다.
이제 그만 냉소적이기로 한다. 더 유익한 내용을 공유하려는 사람들을, 각자의 감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사람들을 흘겨보지 않기로 한다. 지원이가 추천해준 역행자 라는 책을 읽어보기로 한다. 어설퍼보일까봐 쓰기를 주저했던 업무 인사이드들을 공유해보기로 한다. 진짜 그만 냉소적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