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초동 카페

by 구정훈

내리는 비는 오래된 기억을 흔들어 깨우듯 유리창을 두드린다.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의 온기가 낯설다.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고, 그녀는 그 비의 거리를 바라보며 내게 눈을 맞추었다. 그날의 미소가 아직도 공기 속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머나먼 곳에 있는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무도 위로해 주지 않는 이 도시의 비와 닮은 날씨 속에서 여전히 나를 떠올리고 있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풍경 속에서 숨을 죽이고 스스로를 안고 있을까. 알 수 없음은 늘 그리움을 더 짙게 만든다.


사라진 것을 붙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흔적에 나를 기대어 본다.


그녀가 머물렀던 자리에 앉아, 그녀가 바라보던 창밖을 따라가며, 그날의 공기를 다시 호흡한다.


기억은 흩어지지 않고, 빗방울처럼 고이며 마음속에 번져간다.


비는 그치겠지만, 그리움에 젖은 자리는 쉽게 마르지 않는다.


여린 비를 바라보며..


#9


keyword
작가의 이전글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