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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하지만 가장 귀한 것

by 구정훈

바닥에 떨어진 낙엽 하나에도

길고 긴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맘때즘 지구라는 별에서는 너무 흔하게 보이지만,

우주 전체를 놓고 보면

이토록 복잡한 생태와 시간이 켜켜이 쌓인 귀한 존재가 과연 또 있을까.


햇빛을 먹고

바람을 견디고

비를 품어내며

그 모든 순환이 끝난 자리에서

조용하게 떨어지는 것.


힘이 다해서가 아니라

다음 생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일.


그렇게 나는 거리에 서서

아무 말 없이 순환의 마지막을 바라본다.


가장 흔하지만

가장 귀한 이유를

길 위에 켜켜이 쌓인 낙엽 하나가

문득 나에게 묻고 있다.


너는 지금

어떤 끝과 어떤 시작 사이에

서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느냐고.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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