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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Mar 29. 2024

남편의 국적이 바뀌던 날

캐나다 시민권자


내 남편은 원래 중국인.


어린 나이에 캐나다로 혼자 유학을 온 그는 졸업, 취업 등을 거쳐 20대 중반 영주권을 얻었다. 그 후 여러 절차를 거쳐 마침내 캐나다 시민권자가 되던 날, 이 글에 그날의 기억을 담았다.




첫 서류 제출일로부터 시민권 심사의 마지막 관문인 시민권 시험 합격 소식을 듣기까지 무려 2년여의 시간이 걸린 후였다. (캐나다 이민국의 실수로 서류 중 일부가 유실되어 서류를 다시 제출해야 했음)


어느 날 남편은 '캐나다 시민권 세리머니 (Canadian Citizenship Ceremony)' 초대장을 받았다. 그리고 그제야 남편의 국적이 곧 바뀐다는 게 실감이 났다.


출처: unsplash.com


남편 인생의 이토록 중요한 날, 나도 대학원 수업을 하루 빠지고 참석했고 남편의 동료 몇 명도 꽃다발을 들고 축하해 주러 왔다.


이렇게 대면으로 진행하던 세리머니는 코로나 후 많은 것이 바뀌어 요새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식장에 일찍 가보니 각 자리마다 미니 국기와 팸플릿 등이 세팅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가족이나 친구들도 참관할 수 있도록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식순:

선서
증명서 수령
판사님 말씀
애국자 제창



다 같이 선서를 마친 후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증명서를 받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이어지는 판사님의 말씀, "여러분도 이제 캐나다인이 됐으니, 캐나다 국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갑자기 교단 밑에서 산타 모자를 꺼내 들었다.


우리 이제 크리스마스도 같이 즐깁시다!


실제로 크리스마를 곧 앞둔 시기이기도 했지만, 엄중한 분위기일 줄 알았던 자리에서 판사가 산타 모자를 쓰고 "Merry Christmas!"를 외치는 귀여운 모습에 진지하면서도 친근한 캐나다 사람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끝으로 캐나다 국가를 영어와 불어로 각각 두 번 부르는 것으로 세리머니 끝. (불어로 부를 때는 대부분 그냥 입맛 벙긋거리는 분위기, 그래도 다들 이해해 줌)


왼쪽은 판사, 오른쪽은 경찰관


모든 식순이 끝나자 이렇게 한 명씩 사진도 찍어줬다. 정말 어찌나 스윗하시던지!




국적을 바꾼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죠.


한번 바꾸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가 어려운 만큼 여러 장단점을 잘 고려해서 본인에게 맞는 현명한 결정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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