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30일,
CPA 최종시험 합격 발표가 있던 날이었다.
'오전 7시 발표'
하지만 나는 7시가 넘도록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행여나 합격자 리스트에 내 번호가 없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마음을 졸이길 10여분...
띵! 하는 소리에 핸드폰을 슬쩍 보니, 회사 선배한테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Congratulations!"
내 수험번호를 알고 있던 선배가 나보다 먼저 결과를 확인하고 문자를 보내준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침대에서 뛰쳐나와 컴퓨터를 켜고 합격자 리스트에 있는 내 수험번호를 확인했다. 이미 알고 있는데도 내 번호를 찾는 그 몇 분이 얼마나 떨리던지.
기쁨의 눈물인지 안도의 눈물인지 모를 눈물이 앞을 가리는 와중에, 회사에 가서도 내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을 남편이 생각나 그에게 제일 먼저 전화했다.
Honey, I passed!!
회사에서는 합격자를 위해 샴페인을 땄다. 그날 하루만큼은 합격자인 우리가 주인공이었다. 스파 이용권, 축하 카드, 샴페인과 함께 이천불의 축하 보너스가 든 봉투까지 선물로 받았다.
이날을 위해 얼마나 달려왔던가. 너무나 기쁘고 후련하고 스스로가 대견하고 또 대견했다.
하지만 그렇게 행복하기만 한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떠한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사람은 마치 한 마리의 경주마 같다고들 한다. 옆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골인점만을 보고 달리는 것, 그게 그 경주마가 낼 수 있는 최선이기에.
저 끝에 감히 다다를 수나 있을까, 중간에 포기하면 이도저도 아닌 일이 되는 건 아닐까 여러 고민과 걱정을 안고 꾸역꾸역 오르다 보니 어느새 희미하게 빛이 보였고, 합격자 발표날은 마치 그 높디높은 산의 정상에 마침내 오른 기분이었다.
하지만 탁 트인 하늘과 상쾌한 공기에 취해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자 내 앞에 있는 다른 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다른 봉우리들, 그것들은 내 것보다 높거나 컸고, 흐드러지게 꽃이 피었거나 나무가 울창했으며, 다들 어찌나 화려한지 그런 산들에 비하면 내가 서 있는 이 산은 한없이 초라하고 별 볼 일 없이 느껴졌다.
그때부터였다,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기 시작했던 게.
*이어지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