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H마트로 말할 것 같으면...
2022년 말,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오던 토이저러스가 문을 닫게 되면서, 바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귀하디 귀하신 몸.
하지만, 당초 2023년 11월에 오픈할 예정이라던 약속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물거품같이 사라지고,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늦춰지길 몇 차례.
빌딩을 하나 새로 짓는 것도 아니요, 다리를 놓거나, 터널을 뚫는 대형 프로젝트도 아닌데, 마트 하나 들어오는 게 뭐 그리 오래 걸릴 일인지, '캐나다의 느림'을 백번 이해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온 지도 어언 1년.
그랬던 그 H마트가 2025년 5월 말 드디어 대망의 문을 연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렸던 그 그랜드 오프닝 당일, 매장 앞은 소식을 듣고 몰려든 사람들과 여러 취재진들까지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는 뉴스가 나왔다.
뭔 마트를 줄까지 서서 들어갈 필요 있겠냐며 나중에 좀 조용해지면 가자고 남편과 실컷 얘기해 놓고, 오픈 3일째 기어이 참지 못하고 방문.ㅋㅋ
개장 첫날만큼은 아니라 해도 사람은 여전히 많았고, 40분가량 줄을 선 후에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드는 것 치고는 신선식품과 냉동식품 모두 잘 정돈되어 있었고, 막 오픈한 매장답게 바구니며 카트며 모두 깨끗한 점이 좋았다.
그럼 같이 마트 구경해 보실래요?
내 최애인 스낵면을 포함 한국라면도 종류별로 있고.
과자도 취향대로 골라먹을 수 있고,
김치도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이제 코스트코에서 사다 먹던 김치를 졸업하고 여기서 입맛에 맞는 걸 찾아봐야겠다.
'홍진경 더김치', 궁금했는데 이것부터 시작해 볼까?
어머낫, 6불짜리 김밥이라니!
이것은 김밥사랑이 하늘을 찌르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영광스러운 일이며, 이제 각종 음료와 아이스크림, 다양한 한국반찬까지 골라먹을 일만 남았다.
거기에 개인적으로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참외와 고구마도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뻤는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나를 가장 기쁘게 했던 건 바로 한국빵.
세상에, 뚜레쥬르가 들어올 줄이야!
내가 살다 살다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한국 베이커리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H마트에 가려면 배 타고 바다 건너 밴쿠버까지 가야 했던 수고를 이제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밴쿠버까지 가서도 냉동식품이나 쉬이 상할만한 음식은 감히 사 오질 못했었는데 이제 그런 걱정도 필요 없어졌다.
내가 너무나 애정하는 김밥도 이제는 단돈 6불에 사 먹을 수 있고, 캐나다의 설탕 범벅 달달구리빵 대신 세상 맛있는 한국빵도 언제든 종류별로 사다 먹을 수 있게 됐으니 이 어찌나 감개무량한 일인지.
양념치킨
짜장면
돈가스
김밥
떡볶이
한국빵
15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땐 하나도 없던 내 애정템들이 이로서 모두 완성됐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