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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딱 1년만 살아보고 싶었다

by JLee


언니, 여기 기억나?


며칠 전 30년 지기 친한 동생한테서 톡이 하나 왔다. 너무나 반가운 사진 한 장과 함께.



언니, 기억나? 운명의 그곳. 나 지금 뉴욕 여행 중인데 여기 보니까 언니 생각나더라.


내가, 여기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그 사진은 내가 4년 전 막 '브런치 작가' 타이틀을 얻고 이곳에 처음으로 올렸던 글, 바로 그 글에 등장하는 뉴욕의 한 레스토랑이었다.



하루하루가 괴롭던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 중 단 일주일의 휴가를 받아 잠시 쉬러 갔던 뉴욕,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기꺼이 본인의 자취방 한편을 내어줬던 내 자매 같은 동생.


그녀와 같이 뉴욕 거리를 거닐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잠들 때까지 조잘조잘 많이도 떠들었던 그때, 꽉 막혔던 숨통이 마침내 탁 트이는 것 같았던 그 시간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여행 막바지에 갔던 그 레스토랑에서 그녀와 나눴던 바로 '그 대화'가 내 인생의 작은 씨앗이 되어, 내가 1년 후 결국 캐나다행을 택할 거라는 걸 어느 누가 알았을까?


그리고 그 후 내 삶은 180도 바뀔 거라는 것도.


2008년 8월 6일, 17년 전 그날


퇴근 후 발레 수업에 갔다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 그녀에게서 톡이 하나 더 와 있었다.


언니~ 우리 캐나다 쪽에서 나이아가라 폭포 보고 왔는데 잠깐 국경만 넘었는데도 캐나다가 정말 깨끗하고 평화롭더라고. 언니가 왜 이 나라에 살고 싶어 했는지 알겠더라, 참 축복받은 나라야. 마음속으로 언니한테 인사하고 돌아왔어.


오후 7시경, 붉은 석양빛에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져서였을까, 그녀의 다정함에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몰려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 메시지를 한참을 바라봤다.


그때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인지

그 추억을 함께 기억해 주는 이에 대한 고마움인지

지금의 행복한 삶에 대한 벅찬 감사함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물밀듯 밀려왔다.


거기에, 내가 선택한 나라를 '축복'이라 불러주고, 멀리서나마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갔다는 그 따뜻한 마음이 너무 고마워 그 감동을 조금 더 오래, 그리고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2008년, 뉴욕 토이저러스에서


외국에서 단 1년이라도 살아보는 게 꿈이었던 나와, 뉴욕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던 그녀. 그랬던 나는 어느새 캐나다 이민 15년 차가 되었고, 비슷한 시기 한국으로 돌아갔던 그녀는 그 후로 완전히 한국에 정착했다.


'사람일이란 게 알 수 없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새삼 느낀 순간이었다.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

어디에 있든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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