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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해 Jun 11. 2024

그때의 나 그리고 지금의 우리

이를테면 벌써 8년도 더 된 이야기지

물론 그보다 훨씬 전부터 존재했지만

새빨간 태양 같은 부심에 눈이 먼 건 8년쯤 전이었지    

 

미안했지

존재하던 순간부터 알아보지 못해 

가끔 때론 자주 미안했지

처음부터였다고 존재하던 순간부터였다고

거짓을 말할 수도 있었지만

말간 얼굴, 투명한 눈을 보며

‘미안해요’ 

그저 고개를 숙였지


확실한 건

눈이 먼 그때부터 함께였다는 것

눈을 가려도 볼 수 있었던 건

귀를 막아도 들을 수 있었던 건

이미 하나였다는 것


힘이 들고 힘이 들어 고개를 숙인 채 걸어도

묵묵히 그 길 끝엔 네가 있었지

하늘을 날고 날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떠돌아도

여전히 별빛 닿은 하늘 끝엔 내가 있었지


'다녀올 게'

말하지 않아도

'기다릴 게'

답하지 않아도


또다시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면

어느 날 길모퉁이 끝에 네가 서 있겠지

여전히 유리병 안 가시를 세운 채 움츠리면

어느 순간 작은 유리병 큰 마음으로 감싸며 네가 와 있겠지


이미 8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세월이 흐르고 

삶이 변해도 

여전히 변하지 않고 계속될 이야기지


우리의 이야기지

글. 사진 by 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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