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사 중

by 러키승

혼자 사는 기숙사방에 문이 고장 났다. 문이 닫히지 않았다. 새벽시간이라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힘들고 참 난감한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주무시고 계신 기숙사사무실 직원분께 도움을 청했다. 물론 이분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시간에 문을 고쳐주신다.


처음으로 자취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학교 기숙사에서 사는 거라 쌩자취는 아니지만, 혼자 사는 방이라 많은걸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숙소 들어온 첫날부터 30여 일 남짓 지난 지금까지, 방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물건을 들이고, 가구를 배치했다. 그리고 청소와 빨래를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살아내기 위한 생존본능이 내 몸을 움직이게 한다.


건물을 새로 짓듯 삶을 새로 짓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에서는 노력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생존이 가능했다. 쉴 수 있는 집이 있었고, 나를 도와줄 가족이 있었고, 익숙한 글자와 말소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내 삶을 이끌어줬다. 하지만 여기서는 하루 종일 내가 의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 투성이다.


건물을 새로 지을 때 기초공사를 하는 것처럼 내 삶을 새로 짓고 있는 중이다. 나의 땅을 조사하고, 깊이 파고, 그 위에 새로운 철근구조를 만드는 일은 새로운 나를 창조하는 일이다. 단단하게 설계하고, 정교하게 디자인하고 싶다. 그래서 매 순간 나에게 온 이 시간의 의미를 놓지 않으려 노력한다.


만나는 사람과의 교감, 따라오는 상황에 대한 자세, 펼쳐지는 일에 대한 태도까지 나를 다시 만들 수 있는 이 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결코 지금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단단하게 다져진 것은 쉽게 무너지지 않으니까. 언젠가 이 위에 다른 삶을 올리더라도 치열한 이 느낌이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공사 중에 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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