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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키승 Jan 04. 2025

도시락과 나

오롯이 내가 되는 도시락 타임

직장생활이 힘든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보면 '진정한 나'로 살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직장에서는 '나'의 정체를 숨기고 '제2의, 제3의 자아'를 억지로 만들어 생존모드에 진입해야 하니까요. '진정한 나'와 '제2, 제3의 나' 와의 괴리가 큰 사람일수록 직장생활이 괴롭습니다. 적어도 하루에 8시간은 연기자가 되어야 하거든요. 연기에 소질도 없는데 말이죠.


'내글빛 최고리더 일과삶'님께서 '나사하'라는 모임을 만드셨어요. 일주일에 하루는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내용을 공유하는 모임인데요. 이것저것 바쁘게만 살아가는 저에게 필요하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가는 시간이 어색하고 시간낭비 하는 것 같아 죄책감까지 느끼는 저에게 선물이 될 것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나를 다그치기보다는 따뜻하게 안아주는 시간이요.


첫 주제는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주는 공무원 발령 시즌이라 마음이 어수선했어요. 공무원 자리이동이 있다 보니 서로 예민해져  눈치싸움하는 시기이죠. 역시 이런때 인간의 본모습이 나오나 봅니다.

'9급 신규직원이 해야할 꿀보직에 본잇이 가겠다는 얼굴 두꺼운 여자주임',

'도저히 옆사람이랑은 일 못하겠으니 자리이동 시켜달라는 남자주임',

'직원들 간 불화에도 아랑곳 안 하고 술 마실 생각만 하는 팀장'.

'저 여직원이 예뻐 죽겠다며 허허 거리는 과장'

까지 한심한 인간들을 봐야만 하는 스트레스 꽉 차는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저는 스트레스받을 때 도시락을 만들어요. 저를 위한 도시락이죠. 부족한 체력을 올리고 풍성한 뱃살을 줄이기 위해 식단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평일점심은 팀원들과 함께 해야 하기에 외부식당에서 해결하지만 저녁은 혼자 도시락을 싸가서 먹거든요. 그동안 너무 좋아했던 밀가루, 간식, 디저트, 분식, 튀김 등을 다 끊어내고 저녁 한 끼는 자연식을 먹고 직접만든 간식을 가지고 다닙니다. 주로 야채, 두부, 그래놀라와 두유요거트, 유튜브 보고 만든 프로틴 쿠키와 키토빵, 삶은 계란 등이에요. 아직 초보 도시락러라서 모양은 투박하지만 생각보다 호로록 맛납니다.

 

도시락은 저의 건강을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요리와 베이킹을 하는 시간이 즐거워서 도시락을 쌉니다. 건강한 날것 야채를 자르고, 쨍한 색감과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그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되거든요. 이걸 먹고 에너지가 넘치게 될 나를 상상하면 힘들지가 않습니다. 내일, 일주일 뒤, 한 달 뒤, 6개월 뒤, 1년 뒤에 나는 몸도 마음도 지금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될 거라는 확신에 신나거든요. 진짜 이게 바로 나를 위한,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요. 나를 신경 쓰게 하는 사람도, 힘들게 하는 고민도 모두 잊어버리게 해 주니까요. 감사한 나만의 힐링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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