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6일 폴란드 오프너 페스티벌에서 열렸던 찰리 xcx 의 무대를 기억한다. 당시 헤드라이너는 호지어였고, 찰리는 규모가 작은 텐트 스테이지(Tent Stage)에서 공연을 꾸렸다. < Brat >이 나온 지 딱 한 달 남짓이라 연둣빛으로 물든 십 대 관중들과 나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듯한 열광적 시간을 공유했다.
원유니버스페스티벌과 오프너 페스티벌 사이 13개월 동안 "Brat" 은 세상을 바꿔놓았다. 2024년 영국 콜린스 사전 선정 “올해의 단어” 는 기존의 부정적 의미를 뒤집고 “당당하고 주체적인”을 뜻하게 되었다. 한 사람이 언어 맥락까지 바꿔놓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온몸을 비틀어대고 바닥에 붙고 검정 머리를 휘날리는 광기(?)의 퍼포먼스는 작년 이상이었다. 최상급 운동선수 같은 체력 괴물은 60분 쉴 새 없이 목소리와 동작으로 아이덴티티를 응집하고 파급했다. 현란한 백드롭 연출이나 조명 없이도 시청각 쾌감의 극대치를 끌어낸 이유. 음원과 라이브 둘 다 이 정도로 훌륭한 가수, 흔치 않다.
작년 오프너 페스티벌 텐트 스테이지와 마찬가지로 “너무 크지 않은” OUF 메인스테이지가 강점으로 다가왔다. 수록 트랙 ‘Club Classics’처럼 찐득한 전자음악을 표방한 Brat 셋리엔 수평으로 너무 넓지 않은 무대가 적합했다. 관객들이 한데 엉겨 클럽 분위기를 즐기도록 말이다. ‘Wicked’와 ‘Famous’ 단 두 곡으로 열렬한 호응을 그러모은 화제의 케이팝 밴드 올데이 프로젝트가 “이 날의 애플걸”로 나섰다.
파랑과 빨강 조명의 교차로 환각성을 연출한 영화 < 바비 > 사운드트랙 ‘Speed Drive’와 급히 드러누운 후 엉덩이를 위아래로 돌리며 도발성을 내뿜은 ‘Guess’ 등 어느 한 대목을 놓치기 아쉬웠고 2017년 믹스테이프 < Pop2 >에 실린 ‘Track 10’과 2016년 동명 EP의 타이틀 트랙 ‘Vroom Vroom’이 오랜 팬들의 추억을 적셔주었다. 잘 빠진 검정 스포츠카를 담은 < Vroom Vroom > 앨범 아트처럼 레이싱과 차량에 진심인 피치스(Peaches)와도 잘 어울렸다.
이 날 족히 열 명 넘는 음악애호가와 마주쳤다. 하나같이 상기된 표정에서 한국 공연 역사의 중요한 날임을 감지했다. < Brat > 이전에도 찰리는 훌륭한 음악가였지만 장르 음악 색채가 강해진 작품으로 더 막대한 지지를 끌어내고 하나의 상징계가 된 그이기에 금번 공연의 의의는 남달랐다.
아이코나 팝과 함께했던 ‘I Love It’의 공식 셋리가 끝나고 화면에 “Thank You So Much, Seoul” “I Don’t Think the Brat Summer Is Over(아직 브랫 서머가 끝나지 않았어요)”의 문구가 흘렀다. 활동 자체가 종료됐을 뿐 우리 마음 속 브랫 서머는 영원하며, 누구와 비교가 아닌 그 자신으로 온전하게 아름답다는 가치와 세계관의 설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