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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Mar 01. 2024

북아일랜드 대중음악의 전설을 만나다

'Brown Eyed Girl'로 유명한 밴 모리슨의 벨파스트 콘서트

북아일랜드의 많은 뮤지션들 중에 한 명만 꼽으라면 바로 “Van the Man”, 밴 모리슨(Van Morison)이다. The International Mornaches 소속으로 1962년 ‘Boozoo Hully Gully’를 취입, 본격적으로 프로페셔널이 된 모리슨은 전설적인 로큰롤 밴드 뎀(Them)을 거쳐 2023년에 나온 마흔다섯번째 정규 앨범 <Accentuate the Positive>까지 장장 육십년 넘게 현역으로 무대를 누비고 있다. 재즈와 아이리시 포크, 로큰롤 등 온갖 질료를 버무려 예술적 대중음악을 주조한 모리슨에게 많은 사가와 매체는 “1960~7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주의 음악가”의 칭호를 안겨줬다.



Van the Man을 벨파스트의 유서 깊은 공연장 Ulster Hall에서 만났다. 머리가 허옇게 샌 노인들 사이로 십대 관객도 보였.  에메랄드빛 실내의 Ulster Hall에 공연 예정 시각인 8시 5분 전에 등장한 모리슨은 웜업도 필요없다는양 첫곡 ‘You Are My Sunshine’을 힘차게 불러제꼈다. 음정은 들쭉날쭉했지만 울림통은 쩌렁쩌렁했고 기타와 하모니카 색소폰을 번갈아 연주했다. 그는 1970년 정규 음반 <His Band and the Street Choir>에서 기타와 하모니카, 테너 색소폰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새길만큼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긴 역사를 가진 Ulster Hall


모리슨을 생각하면 많은 이들이 영국 싱글차트 10위까지 오른 1967년 초기 히트곡 ‘Brown Eyed Girl’이나 1968년도 명반 <Moondance>의 ‘Moondance’를 기대하겠지만 이번 공연은 대부분 커버 곡으로 이뤄졌다. Johnny Kidd & the Pirates의 1960년 로큰롤 명곡 ‘Shakin’ All Over’와 빌보드 핫100 21위에 올랐던 Don Gibson의 애상적인 컨트리 ‘Sea of Heartbreak’, Big Joe Turner의 걸쭉한 리듬 앤 블루스 넘버 Shake, Rattle and Roll 등 1950-60년대곡을 소환했다. Paul Hampton과 Hal David가 쓴 ‘Sea of Heartbreak’의 선율에 꽂혀 최근 종종 이 곡을 듣는다. 


음악적 자기 주장이 강하며 숱한 명작을 보유한 뮤지션이 리메이크 중심의 무대를 꾸린 데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할 것 같다. 표면적 이유는 <Accentuate the Positive>가 리메이크 앨범이기 때문이지만 음악 경력 육십여년이 흐른 시점에서 지금의 모리슨을 만든 여러가지 음악 원천을 회고하는 느낌도 들었다.

후에 로드 스튜어트가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로 리메이크한 ‘Have I Told You Lately’와 뎀 시절 대표곡 ‘Gloria’처럼 익숙한 곡도 선사했다. ‘Gloria’에서 ‘G! L! O! R! I! A!’를 밴드 멤버 전원 외친 순간, 어릴 적 음원과 CD로나 들었던 뎀을 라이브로 본 감격에 소름이 돋았다. 청중은 1995년 영국 싱글차트 5위까지 오른 ‘Days Like This’와 1979년 앨범 <Into the Music>에 수록된 ‘Bright Side of the Road’같은 오리지날 곡에 열렬히 반응했다.


밴 모리슨 콘서트의 티케팅은 여행 직전에 이뤄졌다. 더블린만 열흘 있기엔 지루할 것 같아 근방 도시를 검색하던 중 벨파스트를 발견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2월 벨파스트 콘서트 캘린더를 뒤지다 나온게 밴 모리슨 콘서트였다. <Astral Weeks>(1967)와 <Moondance>가 형성한 경외감과 여러 일화가 들려준 오만방자한 성격처럼 일종의 이미지로만 접했던 밴 모리슨을 음성의 실체로 만났다. 언젠가 마흔다섯개의 정규작을 완주할 날을 꿈꿔본다.


밴 모리슨의 45번째 정규작 Accentuate the Posi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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