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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Mar 28. 2024

20주년 맞은 국민 힙합 트리오

20주년 콘서트 필름 <에픽하이 20 The Movie>과 추억 여행

명동 CGV에서 <에픽하이 20 The Movie>를 봤다. 2023년 12월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서 열린 20주년 공연(EPIK HIGH 20TH CONCERT)을 영화화했다. 벌써 데뷔 20주년이구나, 파편화된 에픽하이와의 작은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청소년기를 함께한 그룹이다. 팬이라 부르기에 민망하지만, 이들의 노래가 늘 곁에 있었다. 노래방서 ‘평화의 날’을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소화했고 개구진 ‘Fly’도 꽤 좋아했다. MBC FM라디오 인기 프로였던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일명 꿈꾸라)를 한동안 들었다. 타블로가 신해철의 크롬(Crom) 시절 테크노 음악을 칭찬했던 기억도 난다.

오랜만에 찾은 명동 CGV


개성파 전자음악 집단 캐스커의 융진이 참여한 ‘Love, love, love’와 ‘Fan’, ‘러브홀릭 지선과 함께한 ‘One’ (고등학교 친구 녀석들이 이 노래의 “Time is tickin. Ta- Time is tickin, tickin”을 장난스럽게 따라 부른 기억도 난다) ‘Paris’, 걸쭉한 막걸리 같은 미쓰라진의 목소리가 들리는 ‘트로트’ 등 개인적 취향에 덜 맞는 노래도 더러 있었지만 히트곡 참 많았다.


당시엔 “너무 대중적이라 뻔하고 재미없어, 간혹 사운드도 촌스럽네”라고 생각했지만 재밌는 건 소름과 함께 밀려온 고양감은 대부분 ‘Love, love, love’나 ‘Fan’, ‘우산’ 같은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던 노래들이었다. 뭐랄까, 그 당시 추억이 밀려오며 시간여행 하는 기분이었다. 추억 자극이 이렇게나 무섭구나.


한동안 잊고 있던 에픽하이가 다시 내게 들어온 게 정규 6집 <신발장>이었다. 이 앨범은 다들 호평했던 기억이다. 얀키와 개코의 다부진 랩에 투컷의 스크래치가 빛을 발한 ‘부르즈 할리파’와 화려한 피처링 라인업에 중독적인 비트를 구축한 ‘Born hater’ 무대가 반가웠다. 2015년 1학기 설렘 반 긴장 반으로 복학할 때도 이 <신발장>이 인기 끌던 기억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oq4dBR-Gpc


콘서트 영화를 즐기는 이유는 콘서트와 마찬가지로 아티스트를 밀도감 있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픽하이도 20년 동안 신선하고 실험적인 음악이 많았다. 랩 본연의 매력을 선보인 ‘Map the soul’과 ‘Prequel’, ‘Go’와 음악가의 각고를 표현한 ‘Bleed’ 묵직한 4연타에 EDM ‘High Technology’와 록 질감의 ‘Don’t hate me’의 ‘비오는날 듣기 좋은 노래’’빈차’의 서정성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모든 곡에 걸쳐 살아있는 선율감은 타블로표 멜로디 메이킹의 위력이다.


내가 활동하는 대중음악 웹진 IZM에도 에픽하이의 많은 싱글, 앨범 리뷰가 올라가 있다. 나도 정규 10집 <Epik High Is Here 下>(2022)의 선공개 싱글 ‘Face ID’ 리뷰로 작은 인연을 맺었다. <Epik High Is Here 下>는 2021년에 나온 <Epik High Is Here 上>의 2부에 해당하는 음반이다. ‘Face ID’ 말고도 윤하와 함께한 타이틀 ‘그래서 그래’와 이하이 알앤비 강점을 살린 ‘Rich Kids Anthem’ 같은 개성적인 트랙들이 실려있다. 윤하를 필두로 조원선, 캐스커 융진, 이하이까지 여성 보컬과 잘 어울리는 에픽하이다.



영화의 정규 시간이 끝나고 화면 오른쪽엔 엔딩 크레딧이, 왼쪽엔 비하인드씬이 흘렀다. 핸드볼경기장에서의 찐최종 콘서트를 마치고 스타디움 빠져나가는 타블로는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는 팬들을 향해 “새 앨범 기대해 주세요”라며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다. 20주년이 지났으니, 내년부터 새로운 1년을 카운트하겠다고 말하는 에픽하이의 다음 정규작엔 신인(?)의 에너지와 베테랑의 연륜이 공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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