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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Jun 20. 2024

독창적 세계관과 사운드스케이프의 결합

일본 록밴드 즛토마요 서울 콘서트에 다녀오다

일본 밴드음악 붐이 궁금했다. SNS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담화들과 공연 소식들, 시부야와 신주쿠의 레코드 스토어에서 목격한 화제성이 궁금증을 증폭했다. 수차례 티케팅에 실패한 King Gnu와 일정이 겹친 RADWIMPS 콘서트, 내한 며칠 전에 존재를 알게 된 Ado 등 일본 밴드와 인연을 맺지 못한 차에 의외로 티케팅에 성공한 ZUTOMAYO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렇게 “계속 한밤중이면 좋을 텐데.”라는 의미를 가진 일본 다인조 음악 집단 ZUTOMAYO의 예스24라이브홀 콘서트를 다녀왔다.



프로그레시브 록이나 퓨전 재즈 같은 연주 중심의 음악을 즐기는 이들에게 ZUTOMAYO는 매력적이다. 스타워즈 라이트세이버와 더불어 결투 퍼포먼스의 소품으로도 사용되는 오픈릴 테이프는 아방가르드하고 아스트랄한 ZUTOMAYO 사운드스케이프의 중심축이었다. <TV와 선풍기로 연주하는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예전 중앙일보 단독 보도된 와다 에이와 오픈 릴 앙상블(Open Reel Ensemble)과의 관련성은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와다는 이번 공연엔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맛깔난 일본식 잡탕밥이랄까, 복잡다단하고 기교 넘치는 연주만큼이나 장르 하이브리드도 잦았다. 턴테이블리즘과 힙합 비트로 곡 흐름의 의외성을 부각했고, 트럼펫과 트롬본이 프리 재즈 풍 전위성을 획득했다. 온갖 질료들을 뒤섞은 융합체는 복면으로 얼굴을 감춘 캐릭터들처럼 신원불명이었다. 2층 좌석에서 바라본 안개 속 뿌연 배경에 멤버들 분간이 특히 더 어렵더라.


보컬 아카네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목소리가 맑고 청아했다. 음정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쉬지 않고 고음 노래를 연이어 소화하는 모습에 놀랐다. 정확하진 않지만 랩도 하는 것 같던데 재능이 한 몸에 쏠린 경우려나. 무언갈 분쇄하는 듯한 소리가 난 선풍금(선풍기처럼 생긴 악기) 연주에선 미스터 빅 폴 길버트의 드릴 피킹이 떠올랐다.


무대를 가로지르는 독특한 캐릭터들의 향연과 ZUTOMAYO만의 응원 도구, 알쏭달쏭한 가사(애초에 일본어를 모르기도 하고…) 등 세계관이 벅찼지만 역으로 팬들에게는 소비할 요소가 차고 넘치니 담론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날도 “ZUTOMAYO 월드”에 빨려들어간 팬이 여럿 보였다. 쏜애플이나 과거 넥스트처럼 교주와 신도 관계에 유리한 스타일이랄까?



이번 콘서트 하나만으로 ZUTOMAYO 매니아가 되었다고 말하긴 무리지만 앵콜 전 스크린에 ZUTOMAYO INTENSE 활자가 올라올 때와 종료 후 푸른 조명을 씌운 암막에 금빛 ZUTOMAYO 가 떠오를 때 소량의 전율을 두 차례 느꼈다. 즐거운 공연이 주는 즉각적이고도 원초적인 리액션이다. 다음 일본 여행 때 음반 가게에서 ZUTOMAYO의 신보를 마주한다면 무척 반갑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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