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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동교 Aug 12. 2024

아듀 2024 펜타포트

좋은 음악, 좋은 사람들

매년 특별한 펜타포트지만 2024년에도 놀라운 순간으로 가득했다. 토요일 헤드라이너 “마에스트로” 잭 화이트는 컨트리와 블루스, 일렉트로니카 등 록에 기반한 변화무쌍 하이브리드로 21세기의 위대한 로큰롤 작가임을 증명했다. 1975년생, 마흔아홉 살. 혈기와 연륜의 교차점에 놓인 젊은 거장의 퍼포먼스를 목도했다. ‘Old Scratch Blues’ 등 신보 < No Name > 수록곡들도 좋았지만 ‘Lazaretto’와 화이트 스트라입스 시절 ‘We’re Going to Be Friends’ 때 광분하고 말았다. 

잭 화이트

토킹 헤즈 리메이크 앨범 < Everyone’s Getting Involved: A Tribute to Talking Heads’ Stop Making Sense > 속 걸 인 레드의 음색이 좋았다. ‘Girlfriend Is Better’의 총기 넘치는 보컬 퍼포먼스가 토요일 무대로 전이되었다. “I don’t wanna be your friend, I wanna kiss your lips, I don’ wanna be your friend, I wanna be your bitch”(i wanna be your girlfriend)라고 외친 걸 인 레드에겐 수줍음과 당참이 동존했다. 하늘엔 프라이드 플래그가 휘날렸고, 워터캐논이 꺼지며 드리운 오색 빛 무지개가 불여우단의 깃발을 가로질렀다.


걸 인 레드


작년의 결렬을 만회한 라이드의 무대가 영국 기타록의 마력을 일깨웠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시크함과 슬로우다이브의 몽환성 대신 밝고 청량한 슈게이즈가 기분 좋게 귀를 간지럽혔다. 수십 갈래 톤 완성을 위해 기울였을 연구에 내적 감탄사를 연발했다. 언뜻 R.E.M. 마이클 스타이프를 닮은 보컬 마크 가드너와 많은 이들에게 오아시스의 베이스 기타리스트로 익숙할 앤디 벨은 “그 시절 그 기타록”으로 1999년 막 내린 크리에이션 레코즈의 영광을 재현했다.


영국 슈게이즈 록 밴드 라이드 


한 달 전 폴란드 오프너 페스티벌 첫날 목도했던 킴 고든과의 재회도 각별한 순간으로 남았다. 신보 < The Collective > 를 통째로 가져온 셋리스트가 우려를 불식했다. 멘트를 최소화한 채 오프닝과 엔딩의 ‘BYE BYE’를 수미쌍관으로 한 1시간을 빼곡히 채웠다. 여성 인권에 관한 ‘Grass Jeans’와 드럼 앤 베이스 ‘Cookie Butter’같은 기존 곡들도 포함했다.


킴 고든 밴드

트립합과 인더스트리얼이 메운 불친절한 음향은 소닉 유스부터 견지한 비협조 불순응 태도와 일맥상통했다. 누구에게나 쉽게 가닿을 화법은 아니나 한번 “접속”하면 쉬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오프너 때 내 옆에서 펜스 잡던 검은머리 여자가 생각났다. “킴 고든이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라며 흥분했던 그는 시종일관 “Hell Yeah!” “Fucking Awesome”을 외쳤다.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진심이 느껴졌다.


금요일 헤드라이너 턴스타일은 한국 페스티벌 역사 하나의 사건으로 남았다. 피날레 트랙 ‘Holiday’ 때 관객들이 때로 무대 위로 돌진하는 진풍경을 펼쳤다. 유럽 페스티벌에서 몇 차례 목격했던 장면이지만 국내에선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올라가는 모습에 살짝 아찔했지만, 다행히 무탈했다. 많은 이들이 극대치의 쾌감을 맛봤을 테다.

턴스타일 무대의 마지막 무대 위로 올라간 관중

턴스타일의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2022 네덜란드 남부 핑크팝 페스티벌에서 이들을 봤다. 펜타포트 부지보다 더 넓은 핑크팝에서 격렬한 하드코어 펑크로 청중 규합하는 모습을 보며 “마이너 장르의 메이저 밴드” 출현을 짐작했다. 어느 음악 전문 유튜버 분의 “하드코어지만 멜로디가 살아있다”란 표현처럼 광포한 사운드에 더러 대중적인 선율, 출중한 연주력의 조화로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다.

펜타포트 2024 피날레를 장식한 잔나비

당연한 얘기지만 음악이 다가 아니다. 컨디션과 기분, 날씨 등 여러 요소가 잘 맞물려야 기분 좋은 사흘을 날 수 있다. 언제나처럼 날은 무더웠지만 공연에 지장을 준 폭우가 없어 다행이었고, 개인적인 몸 상태도 꽤 괜찮았다. 그리고 사람. 보통 혼자 공연 관람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도 많은 이들과 짧고 긴 조우 속에 축제의 감흥이 증폭했다.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내년 2025 펜타포트는 또 어떤 풍경을 펼쳐 보일지 기대감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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