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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여자미국남자 Feb 02. 2024

결혼은 시트콤 Ep02

Ep02 - 그의 머리속에 지우개

몇년전부터 묻고 또물었더랬다

자기는 왜 대장암 검진이 안되냐고

자기 아는 S씨가 무료로 했다고

내가 제대로 안알아본거라고

내탓을


시어머니가 언젠가 그러셨지

너 자꾸 남탓을 하니

와이프한테 blaming 하다가

blaming 할 와이프 잆어지는 수 있다

시아버님과 너무 똑같은 기질이라

어머님은 언제나 내편이다


나이에 따라 무료 항목이 다르고

정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주 상세하게 알려줬으나

가끔 설사를 하거나

(주로 새우 먹으면 그런듯)

화장실을 하루에 몇번 가게 되는 그런날엔

똑같은 대화가 되풀이 되었고

나도 나중에 버럭하기도 했다


결혼전에는 세상 교양있게 말하는

욕을 왜 하는거야 이런 사람쪽이였다면

지금은 자꾸만 조용히 중얼거리게된다

'아 왜 또 지랄이야~'


남편을 존경하고 살거라던 내가

'지랄'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게

가끔 죄책감이 밀려오지만

우아하게 욕 하시는 강주은님을 보며

괜찮아 나도 우아하게 욕하자 라고

합리화하게 된다


무튼 그놈의 무료 대장암

마침내 2023년 그 대상자가 되어서

1월부터 말했다

개강하면 바쁠테니 지금 하러가자

결국에는 12월 28일 목요일에 검진을 갔고

채변 키트를 받아왔다

29일이 23년의 마지막 평일이니

내일까지 가지고 와달라는 접수원의 당부도

재차 전달했다


28일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을 가겠다기에

채변을 하라고 권유했지만

not solid enough라며 (자기만의 기준)

다음에 하겠단다

내가 말했다

solid 상태보다 성분이 중요하므로

대충 담을 정도면 될거 같다고

이러다 제출못할거 같다고


아니 오늘가서 등록했는데

다음주에 좀 내면 어떠냐며 나한테 버럭

내가 가져가면 설마 거절하겠어!

말도 안돼!


다음주면 2024년이니까

당신이 제일 말이 안돼라고 대꾸하려다

일단 성공하면 말해

라고 하고 잊기로 했다

내가 상기시켜주지 않으면 계속 안할테니


그런데 얼마후 건강검진 결과가 초스피드로 나왔고 추가 검진 소견 나온게 있어 마침 또 병원을 가게 되었다


병원을 가니 또 급 흥분해서 기억이난듯

나 돈내도 되니까 검사하겠다고 말해줘!

접수처에서 외국인 주민등록번호를 체크하더니 올해도 대장암은 계속 무료라고

이제부터 매년 무료란다

축하해요 나이 먹은거

그렇게해서 새로운 키트를 받아왔다


계속해서 그는 일주일을 미루고 미뤘다

내가 올해도 12월에 제출한건가라고 비꼬니 해보겠단다

결국 자기손으로 제대로 마무리 못해서 내가 마무리를 지었다

아 증말 나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나보다

채변의 과정도 함께하다니!!

이런 젠장


오후 세시에 성공해서 병원에 어서 제출하러 가자고 했다

자기 하나만 체크할게 있다며 서재로 또 들어가면서 a bit later 를 연발하기에

그날은 되지 않을걸 직감하고

고이 냉장실에 보관을 했다


난 미국 사람은 시간 관념도 철저하고

룰도 잘 지키는줄 알았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거나

내 남편만 돌이변이이거나

그의 a little bit은 적어도 몇시간이다

Korean time보다 더 지독한 남편 time


결국 24시간이 넘어 갈때즘 말했다

발효해서 검사하고 싶은거야?


아니아니 이제 가자

하나만 체크하고 샤워하고 가자


자기도 같이 나갈거라고 우리 놀이터도 못가게 붙잡아둔지 두시간이 흘렀다


내가 말했다

좀있음 병원은 문닫을거 같아

비오기전 애기랑 둘이 놀이터나 다녀올게

라고 하니 샤워는 스킵하겠다며 나섰다


우리학교 병원 건강검진 센터는

병원본관과 운영시간이 다른지 몰랐다

가지고 가니 네시반 마감인데 왜 이제 왔냐며 한소리를 듣고 사과는 내가 하고 안내대로 제출장소를 찾아갔는데 문진표 제출은 본인이 의사와 대면을 해야 한댄다


비가 많이와서 건물앞 임시정차를 하고

아기랑 같이있던 남편에게 갔다

문진표를 주며 의사를 9번방에서 만나고 오라하니 무슨 병원 혼자 못가는 애마냥 같이가잔다

아기는 자기 비를 touch할수 있다며 신나서 따라내리고 계속해서 rain rain touch, Mama rain 비! 를 외치고 그 넓은 1층에 모든 부서의 사람들이 다 주목한다

다행이 의사가 퇴근전이라 무사히 모든걸 마칠수 있었다


이놈의 응가 제출하는데 1년이 걸렸다


왜 항상 무슨 일이든 마감에 임박해서야 움직이는 걸까

지금도 그는 오늘밤 자정이 마감인 일을 마기위해 오후 네시 반에 학교로 갔다

저녁을 자정이 넘어 또 한상 차려드려야겠군


금쪽이를 보면 다 성장과정에서 오는 거던데~영재였음 뭐하냐~

기억도 못해

진짜 기억을 못하는건지 안하는건지


어머님 아들은 교육시키기엔 너무 늦었으니 내 아들이나 잘 교육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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