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내집마련 기본서
'집'착은 언제나 있었다. 서른이 되던 해에도 곧 마흔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집'착이 다른 어떤 물욕보다 월등하게 앞서 있다는 것이다. 서른이 될 때부터 집이 갖고 싶었는데 왜 여태껏 집주인이 아닌 건지는 제쳐두고, 여전히 주거안정이라는 망망대해를 헤매고 있는 나에게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 4인 가족을 위한 내 집마련이 아닌 정말 나를 저격해 버린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다.
※ 아래는 책 내용 발췌뿐 아니라, 책을 읽은 김무던의 인사이트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
온갖 곳에서 (물론 과장을 섞었다.) 1인 가구이면, 비혼이면 주택이 급하지 않다고 말한다. 결혼을 했고 자녀가 있는 가정보다 여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집'착은 30대 초반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애써 외면하고 지내다 다가도 종종 뒤통수를 치고 지나갔다. '어쩌면 길에서 아사할지도 몰라.' 이 마음의 요동이 과장으로 들리는가? 그렇다면 진정한 1인 가구의 시뮬레이션을 해보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느낀 두려움을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를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아파트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처음은 혼자여도 아파트가 필요하며, 혼자여도 적당히 넓은 평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감히 국토교통부 행정규칙상에서 1인 가구에게 필요한 최소의 주거면적을 정해놨다. 나의 삶을 잘 모르는 타인이 감히 숫자로 재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에 근거하면 25평 미만의 모든 1인가구가 이사 시 5평 정도 넓은 곳으로 가려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라면 자신의 공간을 더 확보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혼자인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본능에 가까운 것이니 어쩌면 경제력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1인 가구이니 원룸이면 되겠지 하는 마음을 접어둘 필요가 있어. 우리 1인 가구 자신들도 말이다.
나는 근래에 여려 평형의 아파트를 봤다. 원룸부터 구축아파트 방 3까지 말이다. 본가와 유사한 구조를 띄는 방 3짜리 아파트는 부담스럽긴 했지만 동일한 입지에 동일한 가격이라면 당연히 방 3짜리 아파트를 골랐을 것이다. 혼자여서 '이 정도면 괜찮지.' 하는 건 없다. 4인 가구만이 방 3화 2짜리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법도 없다. 그러니 1인 가구 라고 해도, 본인의 경제력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라고 해도 나는 1인가구 모두가 자신만의 충분히 넓은 공간을 꿈꿔봤으면 좋겠다. 물론, 누군가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불가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오랜 시간 '집'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구체화해 본 적은 없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나만의 충분한 공간을 구체화해 보며 '혼자'라는 굴레에 갇히지 않고 충분한 나만의 아파트를 손에 쥘 계획을 세워야겠다.
[참고사항]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 첫 번째 챕터에서는 세금과 정책에 대해서도 아주 가볍게 다루고 있다. 2020년 8월 발행이라 현시점으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참고할만한 내용들이 있다.
우리들의 슬기로운 경제생활
두 번째는 아파트 구매 예산 설정에 가깝다. 그중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안정적 직장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라'인데 이 문구를 보자마자 뜨끔했다. 너무 많이 찔려서. 나의 직장은 정년이 보장되는 곳이다. 정년이 늘어나면 내가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세월 또한 법적으로 보장될 것이다. 그래서 안일하게 살았던 몇 년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50대가 되었을 때도 안정적일까. 물론 회사에서 나를 쫓아내지는 않겠지만 회사는 딱 거기까지만 할 것이다.
안정적 직장은 안정적 소득을 이끈다. 고로, 안정적 소득은 몇 년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현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현금자산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이 말인 즉 혼자여도 필요한 아파트를 사기 위한 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그러하다. 그러니 나는 저축률을 최대화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근미래에 아파트를 구매할 시 대출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참고사항]
현금자산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작고 소중한 종잣돈으로 어설픈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종잣돈이 모일 때까지 저축률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행인 것은 내가 1인 가구를 꿈꾼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선택적으로 소비를 줄일 수 있다.'라는 소제목을 보고 이마를 쳤다. 그러하다. 현재 본인은 부모님 집에서 안빈낙도하며 지내고 있다. 물론 부모님께 월마다 소액의 생활비를 드리지만 적은 금액으로 해결할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가. 더군다나 말 그대로 나는 선택적으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상태이다. 부양할 가족이 없다. 내가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쓰지 않는 것이다. 소비의 자유 상태인 것이다. 고로, 나와 유사한 환경에 처해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에서는 현실적인 숫자놀음 또한 언급한다.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한 최소한의 현금자산, 대출한도, 금리까지 말이다. 내용을 훑고 실제 구매하고 싶은 아파트 매매가를 기준으로 대출 가능액과 금리를 조회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 책은 2020년 8월 발행되었기 때문에 현시점과 상이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대출을 알아보는 것만으로 아파트 구매 입문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아파트를 사려거든 이것만은 기억해라
세 번째 챕터 제목만 보고는 좋은 입지를 찍어주는 파트인가라고 설레발을 쳤다. 하지만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에서는 조금 더 근원적인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한정연 작가는 이 책은 그저 안락한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임을 밝혔다. 자산이 증식되면 좋겠지만 그것을 위한 책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그러니 이 파트에서는 주거에 대한 근원적인 이야기 하는 것이 마땅하다.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에서도 투자와 실거주를 분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둘 다 가져갈 수 없다면 생활하기에 좋은 아파트들을 먼저 추리고 그중 미래가치가 가장 나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이 선택을 할 때, 1인가구는 상속 또는 증여자산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조금 더 의사결정이 심플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100% 공감할 순 없지만 본인은 이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다. 분명 주거 안정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단출하다. 단순하게만 따져봐도 세대의 머리수가 1명인 것과 4명인 것은 차이가 있지 않은가.
[참고사항]
아파트를 다음에 사줄 사람이 먼저 떠오른다면 그 집은 판매를 먼저 고려해 '사는' 집이 된다. 반면 아파트에 볕이 잘 들어오는지 궁금하고, 화분 놓을 자리가 먼저 생각난다면, 강아지나 고양이들과 어울려 주말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들뜬다면 '사는'집이 된다.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 94p
어떤 집을 사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다음은 살 때와 팔 때로 넘어가 보자.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는 장기적으로 보면 아파트는 우상향 하니 살 수 있을 때 당장 사라고 한다. 그러나 이 '당장'에는 조건이 있다.
아파트를 최소 5~10년 정도 소유할 수 있는 상황
대출 관련 자격과 요건이 충족된 상황
대출금을 갚아나갈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춘 상황
본인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아파트를 장기 보유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나란 인간은 굉장한 루틴형 인간이라 거주지에 적응만 한다면 긴 시간, 같은 루틴으로 생활하는 것에 문제가 없으며 서울 하급지 중에 한 곳을 노리고 있으나 충분히 서울이며 회사와 멀지 않으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불안함에 팔아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아직 현실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2, 3번은 지금부터 문제이다. 디딤돌 대출을 생각하고 있는데 미혼 세대주는 주택가와 대출, 평형 한도가 너무 작아서 부모님과 합가를 상태이다. 그러니 최소 6개월이 지나야 신혼부부들이 받는 주택가와 대출 한도 그리고 평형 한도를 부여받을 수 있다. 그리고 종잣돈도 조금 더 모아야 한다. 그 사이 회사에서 승진을 하고 근로소득이 조금이라도 상향되면 좋겠지만 사실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어쨌든 본인은 아직 '당장'에 해당하지 않는다. 어쩌면 다행이다.
숨겨진 정책 파먹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혹은 총선을 앞두고 운운하는 부동산 정책은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말을 얹는 사람들 또한 많다. 이런 나를 위해서 인지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는 아무리 새로운 부동산정책이 발표되더라도 현재 자신의 아파트 구입 계획에 영향을 주는 부분만 체크하기를 권한다. 특히 정책을 기반으로 부동산의 가격을 예측하지 말라고 한다. 객관적인 사실만 인지하고 참고하면 그만이다. 그 근거로 수많은 부동산 정책들이 생겨났지만 부동산 시장은 10년 단위로 동일한 사이클이 반복됐다. 이는 유튜브 혹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를 구매할 때 많이 놓치는 부분이 세금이다. 가장 첫 챕터에서 언급한 세금이 네 번째 파트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진다. 물론, 1인가구인 우리는 절세법이 많지 않다. 그러니 챙길 수 있는 부분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참고사항]
양도세의 경우, 2년 이상 보유해야만 기본 세율을 적용받는다. 그렇지 않은 경우, 세율이 엄-청 높게 측정된다. 또한 양도세 절세를 위해 필요경비에 해당하는 영수증을 보관 후 반영해야 한다.
(필요경비 예시) 새시, 발코니 확장
청약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1인 가구에게 청약이란 언급하는 시간이 아깝다.
탈 서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건 본인의 개인적인 의견만을 덧붙인다. 실제 몇 개월 전 경기도 덕양구의 아파트를 알아봤었다. 출퇴근도 멀지 않고 본가와도 가까운 편이었다. 그런데 끝까지 걸리는 부분은 딱 하나였다. 가족과의 왕래. 지금은 문제 되지 않는다. 나는 아직 건강하고 젊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 할머니가 되면, 나의 자식이나 남편은 아니어도 나의 형제와 조카와 쉽게 만날 수 있을까? 했을 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경기도 덕양구 아파트 구매를 고사했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테다. 그러나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사항이 마음에 턱 걸릴 수도 있으니 꼭 임장을 가보고 정서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보기를 추천한다.
아파트 구매 프로토콜 6단계
1. 현금흐름을 확보하라
- 실제 현금이 어떻게 들어와서 나가는지 파악해야 한다.
머리로 아는 것 말고 실제 손으로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 월급이라는 현금이 막혔을 때,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2.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사라
- 자신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와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사라.
경제적으로 무리하지 말고, 좋지 않은 환경에서 억지로 버틸 필요가 없다.
3. 써도 되는 빚과 쓰면 안되는 빚을 구분하다
- 쓰면 안되는 빚 : 영끌, 종잣돈을 마련하는데서 얻는 빚
- 써도 되는 빚 : 주택담도대출(에서도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윳돈을 남기고 상환할 수 있는 정도)
4.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내가 사고 싶은 아파트를 내가 살기에 좋기 때문에 산다는 확고한 믿음
5. 가격 등락으로부터 자유로워져라
- 유동적인 가격에 일희일비 하지 말자
6. 등기를 마친 그날부터 팔 생각을 하라
- 유동적인 가격에 일희일비는 하지 않아야 하지만 '혹시 팔게 된다면'의 계획은 필요하다.
나는 나의 1인가구가 성공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의 1인가구도 성공적이길 빈다. 이 험난한 세상에 1인가구를 마음먹은 자들의 용기 또한 존중한다. 그러니 나는 우리가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으면 싶다.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를 읽고 내용을 공유하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에 위치해 있다. 인사이트를 나누고 서로가 따로 또 같이 윤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