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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맘 Mar 08. 2023

2개월 아기 수면교육 성공 후기 ep. 3

밤잠 실전 편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밤/낮 구분을 시작으로 꾸준한 수면의식을 했고 신생아 졸업을 하자마자 최대한 깨어있는 상태에서 눕혀 스스로 잠에 들 수 있도록 연습을 했어요. 그렇게 준비 기간을 거치고 본격적인 수면 교육은 어느 정도 패턴이 일정해지고 파악되기 시작한 70일 정도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아이를 안고 있다가 잠에 들려고 하는 시점에 침대에 눕히는 방법인 안눕법과 아이가 졸려하면 눕히고 쉬~ 하는 소리를 내며 토닥이며 잠들게 하는 방법인 쉬닥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시도해야 하고 아이가 울더라도 달래주지 않고 5분-10분-20분 간격으로 들어가서 수면 위로를 해주며 혼자 잠에 들 때까지 기다려는 주는 방법인 퍼버법 중 가장 방법이 확실한 퍼버법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이전 글을 읽으셨다면 아시겠지만 첫날 수면 교육은 제가 아이의 강성 울음에 무너져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죠. 하지만 마음을 다시 한번 굳게 먹은 둘째 날은 가까스로 성공할 수 있었답니다. 그날의 기억을 열심히 더듬어 좀 세세하게 이야기드려볼까 해요.


그날도 어김없이 수면의식으로 6시 반쯤 목욕을 하고 로션을 발라주며 마사지를 해주고 자장가를 틀고 등을 어둡게 한 뒤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히고 마지막으로 스와들업까지 입혀준 뒤 막수를 하고 15-20분 동안 충분히 소화시킨 후 7:35 PM 잠에 들었든 깨어있든 잘 시간이 되어 바로 눕혔어요.


"나를 왜 눕히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라온이. 이브자리를 잘 정돈해 주고 모로반사 방지 이불을 덮어준 뒤 "라온아~ 이제 잘 시간이야. 잘 자고 일어나서 우리 내일 더 재미있게 놀자. 잘 자~ 사랑해." 단호하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마지막 저녁 인사를 해주고는 빠르게 방을 나왔습니다. 그 시각 7:40 PM. 그리고 식탁에 앉아 홈캠으로 라온이를 지켜보기 시작했어요.


제가 나간 뒤 어두운 방안에 혼자 남은 라온이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피기 시작했어요. 몇 분 동안 혼자 그렇게 주변을 살피다 금세 엄마가 곁에 없다는 걸 확실히 깨달은 듯 7:46 PM 울기 시작합니다. 손도 사정없이 빨기 시작하고 울음의 강도는 점점 더 세집니다. 그 울음은 정말.. 분명 어디가 아파서 우는 아이처럼 굉장히 처절했어요. 이때부터 제 마음은 또다시 갈기갈기 찢어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정신을 계속 부여잡고 홈캠을 지켜봅니다. 7:50 PM 울음의 강도가 더 세져 정말 찐 강성 울음으로 바뀝니다. 강성 울음 시작 5분 뒤인 7:55 PM 첫 번째 수면위로를 해주러 방으로 들어갑니다. "라온아 괜찮아. 이제 자야 할 시간이야. 잘 자 라온아. 사랑해." 미안해...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이건 라온이를 위한 일이라고 계속 되뇌며 힘들지만 그 말은 삼킨 채 빠르게 방을 빠져나왔어요. (수면위로를 너무 길게 해 줄 시 아이가 잠에서 완전히 깨버릴 수도 있고 혼란을 겪어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으니 최대한 30초 이내로 짧게 해 주고 나오시길 당부드려요.)


수면 위로 이후로도 여전히 사정없이 손을 빨고 강성 울음은 더 강해졌습니다. 그로부터 10분 뒤인 8:07 PM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두 번째 수면 위로 시간을 가집니다. 토닥토닥해주며 귀에 대고 "괜찮아 라온아. 자야 할 시간이야. 잘 자 라온아~" 역시나 단호하지만 따뜻한 톤으로 다른 말은 없이 이 말만 반복해 줍니다. 조금 더 진정될 수 있도록 가슴, 등을 토닥토닥해 줍니다. 이후로도 강성 울음은 이어졌지만 8:15 PM부터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어요.


조금 진정이 됐는지 잠시 동안 울음은 멈추고 사정없이 눈을 비비고 귀를 만지고 손을 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졸리고 잠에는 들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지 다시 울기 시작합니다. 이후로도 울음은 계속 됐지만 강도가 이전처럼 세지 않아 스스로 진정되기를 기다리기 위해 세 번째 수면 위로는 들어가지 않기로 합니다. 이내 금방 또 진정하고 손을 빨며 이제는 낑낑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빨고 있던 손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고 마침내 8:25 PM 스스로 잠에 드는 데 성공합니다. 휴...


깨어있는 상태에서 누워 스스로 잠에 들기까지 40분 정도 소요된 거 같아요. 정말 숨 막히는 40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첫째 날에 이어 둘째 날도 강성 울음을 듣는 내내 이게 정말 되는 게 맞는 건지 이 울음의 끝이 있기는 하는 건지 점점 또 확신이 불확실로 바뀌면서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도 최대한 라온이를 믿으며 견디고 견뎌보니 결국 끝은 있었고 그렇게 성공도 할 수 있었습니다. 수면 교육 성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라온이의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하지만 이게 되는구나.. 직접 제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훨씬 더 마음이 편안해졌던 거 같아요.


둘째 날 셋째 날 그 이후로도 또 접종열이 있을 때에도 이렇게 같은 방법으로 진행했어요. 막수 후 충분히 소화를 시키고 최대한 정신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눕혔어요. 눕히면 바로 울기 시작했어요. 이제 자야 할 시간이라는 걸 아는 듯요. 그러나 어김없이 단호하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저녁 인사를 해준 뒤 빠르게 방에서 나와 아이를 지켜봤습니다. 울어도 바로 들어가지 않고 최대한 스스로 진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어요. 울리는 게 아닙니다. 아이에게 스스로 잠에 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방법을 알려주는 거예요.


수면 교육은 말로 적어 내려가기에는 참 단순한 방법인 듯 보이지만 사랑하는 아이의 강성 울음을 견뎌내야 하는 거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수면 교육을 하기로 확실하게 마음을 먹으셨다면 이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수면 교육의 주목적에 대해 끊임없이 되내어 보시길 바라요. 그래도 자꾸 흔들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방으로 나와 이것만 계속 되뇌어 보세요. "지금 아이의 이 울음은 마음이 힘들어 엄마를 부르는 것이 아닌 그저 잠투정일 뿐이다. 그리고 이 울음은 곧 끝날 것이다."


제가 버틸 수 있었던 방법인데 분명 끝이 있다! 는 거에 확신을 갖고 최대한 눈 질끈 감고 버티며 밀고 나간다면 이 믿음은 분명 저희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부디 너무 죄책감 갖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아참! 그리고 저는 수면 교육 첫째 날부터 수면 일지를 작성했어요. 공책 하나를 준비하고 날짜 / 수면 교육 1일 차 이런 식으로 써놓고 위에 제가 쓴 것처럼 홈캠으로 라온이를 관찰하며 하나하나 세세하게 기록했어요. 몇 시에 어떤 현상이 있고 몇 시에 잠에 들었고 잠들기까지 총 몇 분이 걸렸고. 기록을 하며 라온이를 지켜보니 라온이가 보내는 신호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고 우는 게 정말 엄마를 찾는 게 아니라 잠투정이라는 것을 더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그렇게 저의 불안한 마음을 조금은 진정시키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수면 교육 시작 후 일주일 정도는 밤잠/낮잠 수면일지를 써 내려가며 아이를 관찰해 보는 방법 정말 추천드려요.


다음은 밤잠보다 더 어렵다는 낮잠 실전 편 열심히 써서 가져와보겠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남은 시간도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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