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입니다
"수면 교육 해야 할까요?"에 대한 대답도 Yes! Sure!이지만 "분리 수면 해야 할까요?"에 대한 대답도 "무조건이죠!"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수면 교육을 시작하기 전이시라면 수면 교육과 분리 수면을 한 세트로 생각하고 준비하시면 훨씬 더 좋을 거 같아요. 저는 수면 교육을 시작하기 전부터 분리 수면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기 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침실부터 먼저 꾸며놓았어요. 아이방에서 수면 교육을 진행했고 성공 후에도 쭉 이곳에서 재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완전한 분리 수면을 하기 전 100일까지는 아이의 수면 패턴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아이 침대 옆 바닥에 이불을 깔아놓고 함께 동침을 했어요. 50일 정도까지는 제가 아이와 함께 잤지만 그 이후로는 남편이 아이와 함께 잤습니다. 저는 잠귀가 정말 밝고 소리에 많이 예민한 편이라 아이가 조금만 낑낑거려도 계속 들여다보고 신경 쓰느라 잠을 거의 못 자는 스타일인데 남편은 아이가 크게 울어대도 코 골고 잘 자는 스타일... 세상 부럽죠.
사실 혼자 잤어도 괜히 불안한 마음에 한 번씩 깨서 캠으로 지켜보고 있긴 했지만.. 100일까지는 몸 회복에 집중하라는 남편의 배려에 잠자는 시간만큼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꼭 주양육자가 아이와 함께 잘 필요는 없습니다. 엄마가 잠귀가 너무 예민하다면 아빠가 할 수도 있는 거고 두 분 모두 잠귀가 밝은 편이시라면 교대로 하셔서 체력 분배 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남편분들 우리 아내분들 많이 많이 좀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_^)
그런데 아직 너무 아가인데 자주 들여다보는 게 맞는 거 아니냐고요? 네. 아닙니다. 새벽에 자다 깨서 칭얼거리는 아이의 신호는 무시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무시하셔야 해요. 분리 수면을 하려면 아이가 통잠을 자주는 게 가장 중요한데 통잠을 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수면 교육 중에도 이건 동일하게 해주셔야 해요. (아! 그리고 부모의 개입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쪽쪽이는 최대한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힘드시겠지만 수면 교육 들어갈 때 쪽쪽이도 함께 끊어주시길 바랍니다.)
신생아 시기인 30일이 지나면 아이가 5시간 6시간 통잠을 자도 탈수 걱정 하지 말고 충분히 재워도 된다고 하죠? 신생아 시기만 지났다면 이제부터는 그냥 어른과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간혹 걱정이 많은 엄마들이 잘 자고 있는 아이를 일부로 깨워 기저귀도 갈아주고 새벽 수유를 하기도 하는데 그 행동은 얼른 멈추셔야 해요. 단호하게 말씀드리자면 그건 절대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닌 걱정이 많은 엄마 본인을 위한 일이니까요.
통잠을 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잘 자다가 새벽에 갑자기 깨서 낑낑거리고 배고픈 것처럼 입을 계속 쩝쩝거려도 일단은 조용히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낑낑거리지만 눈은 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아직 수면 상태로 보셔도 돼요. 얕은 잠에 있는 가수면 상태인 거죠. 대부분 아이들이 새벽 3-5시 사이에 얕은 잠에서 깊은 잠으로 가는 그래프가 왔다 갔다 한다고 해요. 그러니 "아~ 가수면 상태인 거구나."라고 생각하시고 그냥 내버려 두시면 됩니다.
초반에는 저 역시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그런 아이를 안고 방에서 나와 기저귀도 체크해 주고 수유를 시도해보기도 했었는데 대부분은 안자마자 다시 스르르 잠에 들거나 수유하자마자 꿈나라로 가능 경우가 많았어요. 그저 일시적인 잠투정이었던 거죠. 오히려 가수면 상태인 아이를 제가 깨워버리는 꼴이 됐던 겁니다. 한 번 그렇게 버릇을 잘못 들여놓으면 아이는 자다가 얕은 잠으로 넘어올 때마다 엄마가 안아줄 때까지 그리고 수유를 해줄 때까지 더 칭얼칭얼 거리게 될 겁니다.
그런 습관을 만들어 주지 않기 위해서는 새벽에 아이가 아무리 낑낑거려도 수면 교육을 할 때처럼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10분-20분-30-40분 기다려 주다 보면 아이는 스르르~ 스스로 또 잠에 드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자다가 깨서 다시 잠에 드는 건 어른인 저도 참 하기 어려운 건데 이 작은 아이가 그걸 또 배워서 스스로 잠 연장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통잠이 완성되는 겁니다.
어느 정도 아이의 수면 상태가 파악된 100일쯤부터 저희는 완전한 분리 수면을 할 수 있었어요. 이후로 며칠 동안은 캠을 켜 놓고 한 두 번씩 잘 자는지 확인하였고 그 이후로는 아이가 늘 깨는 시간쯤에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났어요. 지금은 아이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다른 특이사항이 없다면 아침까지 쭉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신기하게도 수면 교육과 분리 수면에 성공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자는 모습이 전혀 상상되지가 않아요. 사실 아이한테는 너무 미안하지만 상상만 해도 조금 숨이 막히기도 합니다. 분명 지금까지 하루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했을 좀비 같은 제 모습이 상상이 돼서요.
분리 수면을 하고 있는 지금의 저는 아이와 마주하는 시간 동안은 정말 최선을 다 해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아이가 자러 들어가면 남은 여가 시간을 또 너무나 알차게 잘 보내고 있답니다. 그리고 아침을 기다립니다. 아이와 마주할 아침이 정말 정말 기다려지더라고요. 아이는 수면 교육 성공 이후 10-12시간 정도 꾸준히 통잠을 자고 있고 저도 7시간 정도 숙면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와 12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보니 아침에 눈을 떠 캠을 확인했을 때 아이가 깨어있으면 너무 반가운 마음에 바로 달려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아이와 떨어져 있는 동안 충분히 충전해 놓은 에너지로 더 큰 사랑을 또 듬뿍 줍니다. 육아를 하면서 저에게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는 정말 상상하지 못했었는데 덕분에 아이와 하루하루 더 행복하고 사랑 충만한 시간을 정말 가득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 분리 수면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무엇이 걸려서 그러는 걸까요? 이전에 수면 교육에 실패를 했다거나 아이가 분리 수면을 심하게 거부한다거나 아니면 오히려 부모인 내가 더 걱정되어 나와 아이를 분리하지 못하거나. 사실 저도 엄청난 쫄보 엄마라 내가 과연 수면 교육을.. 또 분리 수면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정말 자신이 없었는데, 성공한 지금은 내가 괜한 걱정을 했었구나..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분명 아이가 혼자 자다가 혹시 잘못되는 건 아닌지 그 부분 때문에 분리 수면을 못하고 계신 분들도 정말 많을 거라 생각해요. 저희 아이는 자다가 뭔가 불편한 게 있으면 큰 소리를 내거나 울음으로 깊이 잠든 엄마 아빠에게 표현을 하더라고요. 한 번은 자다가 잠이 깨서 우연히 캠을 확인했는데 바닥에 깔아준 속싸개가 아이 얼굴을 전부 덮친 상태더라고요. 보자마자 너무 놀라서 달려갔는데 얼굴이 덮쳐졌는데도 아이는 코까지 골며 너무 잘.. 자고 있더라고요.
또 한 번은 뒤집기를 성공한 이후였는데 아직 되집기는 못해서 불안한 마음에 모로 방사 방지 이불을 다리에 걸어주고 위에 얹어주고 나왔는데 아침에 아이의 우는 소리를 듣고 깨서 캠을 확인해 보니 침대에 베개랑 모로 방사 방지 이불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아이는 없는 거예요! 또 너무 놀래서 바로 뛰어가 보니 아이가 그 무거운 이불을 발로 뻥뻥 차고 밀어냈는지 이불에서 벗어나 데굴데굴 굴러 침대 밑으로 떨어졌더라고요. 다행히 바닥에 까는 범퍼침대여서 다친 데는 없었지만 만약 높은 침대였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무섭더라고요.
그래도 이런 일들을 겪고 나서 아이 주변에 위험요소들을 더 확실히 제거할 수 있었고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아이가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알게 됐던 거 같아요. 이런 가슴 떨리는 준비기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에게는 홈캠이 있잖아요! 분리 수면을 시작했다면 아이의 패턴이 완벽하게 파악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중간중간 캠을 확인하고 아이의 상태를 체크해 가며 아이도 부모도 천천히 적응해 나가시면 좋을 거 같아요. (혹시 캠을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잠에 깊이 들 거 같아 불안하시다면 저처럼 중간중간 확인할 수 있도록 알람을 맞춰 놓는 것도 좋답니다 ・ᴗ・)
이렇듯 우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아이에게 무슨 일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야지 어쩝니까. 아이에게 불편함이 있다면 소리 내어 알려줄 것이고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이는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니까요. 이렇게 좋게 좋게 생각하며 아이를 조금만 더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맘먹기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거 잘 압니다. 그래서 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면 주관적인 저의 이야기를 드리기까지 저도 정말 쉽지 않았던 거 같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저 수면 교육 성공했어요!" "저 분리 수면 해요~"라고 말하면 "우와~ 대단해요!"라고 말해주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이가 순한가 봐요..ㅎㅎ" 혹은 "그거 독한 사람만 성공하는 거라던데.. 독한가 보다." 라며 살짝 뒤틀린 눈초리로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런 말에 절대 신경 쓰지 마시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순한 아이라고 눕혀 놓으면 그냥 다 자나요? 울지 않나요? 아닙니다. 물론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보다는 조금 덜 울고 조금 더 적응이 빠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울음을 견뎌내는 마음, 기다려주는 인내, 아이를 믿어주고 나 자신을 믿는 그 확신 결코 쉽지 않으셨을 겁니다. 정말 대단하신 거예요. 독한 사람만 성공할 수 있다는 거.. 저는 제 자신을 독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찌 물렁한 마음가짐으로 그 험난한 양육을 해나갈 수 있겠습니까. 독해질 수 있다면 독해지고 싶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또 일관성을 고수하기 위해서 그리고 권위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저는 그럴 수만 있다면 더 단단해지고 더 독해질 예정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말에 전혀 신경 쓰지 마시고 그저 나와 내 가정이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해지고 더 웃을 수 있을지만 생각하며 내가 옳다고 믿는 그 다짐을 흔들림 없이 그대로 밀고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분리 수면에 대해 망설이고 계시거나 걱정이 많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도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이야기와 마음의 소리를 담아보았습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오늘 하루도 내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가시느라 너무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은 시간도 평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