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미미
우리 사랑하는 강아지 미미가 떠나간 지 5개월이 지났다.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그 마지막 몸짓들이 불현듯 그때의 기억을 충동질해, 뚜껑을 덮어 놓은 가슴샘에서 아직 마르지 않고 남아 있는 눈물을 목구멍을 지나 벌겋게 초점 잃은 눈동자로 퍼올린다.
마지막 눈에 비친 세상을 고이 기억하기에 앞서, 그동안 함께 살아내었던 세상에서 사랑을 준 그 주체를 찾아 홀로 가는 길에 위로받기 위해서였을까. 제대로 서지도 못한 다리를 끌고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한 시간이나 이 방, 저 방을 다니며 찾았다고 하니, 죽음 앞에서 녀석의 그 불안하고 그 외로운 마음을 생각할수록 애가 끓는다. 마지막 가는 길 고이 가슴에 안아보지 못한 허락되지 않은 시간이 아픈 눈물이 되었다.
녀석의 빻은 유골을 콩알만 한 돌로 만들었다고 보여주었다. 죽으면 아무것도 아니고 다시 보고 만질 수도 없는데, 살아 즐거웠을 때 그 아름다운 추억보다 아픈 녀석의 마지막 몸짓이 떠올라 가슴 저민다.
호흡한다는 것. 그리고 그 호흡이 다하는 모습. 그것을 보면서 생명이 다하는 길이 참으로 숭고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을 해본다. 짐승의 생명도 이럴진대 하물며 사람은 어떠할까. 피고 지는 우리 삶의 모습들. 가족, 친지, 이웃, 친구, 동료들, 그리고 세상에 왔다가 말없이 사라져 간 주변의 떠나간 죽음들.
삶과 죽음. 그것은 따로 찢어지지 아니한 하얀 도화지 위에 침묵으로 견제하며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살면서 애써 죽음을 외면하지만, 내게도 언젠가 다가올 세상과의 이별의 순간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생각하면 할수록 오늘 하루의 소중함과 감사함이 더 크다. 그래서 성경에도 잔치집보다 더 초상집에 가보라고 했던 것 아닌가.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다고. 꼭 유념(留念)하라고.
쓸데없는 일로 종종 하루를 허비하는 일이 많은데, 돌아간 작은 생명이 알알이 남긴 보석 같은 돌을 만지작거리며, 다시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살자고 마음 다잡아 다짐해 본다. 녀석이 이제는 내 마음에 반짝거리는 진주처럼 박혀 추억의 폴더에 고이 남아 있다. 생명이 산화해 생명을 품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녀석의 작은 분신(分身)들을 계속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