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아로미 Jun 18. 2023

등산 잠깐만 가보자

Ep13 아주 잠깐만 다녀오자

여자 2가 합류하고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맛있다고 먹다가 아주 늦게까지 잠을 잤다. 주방에서 한동안 무언가를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일어날 수 없었고 겨우 나가보니 아름다운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참, 이게 다 뭐람 내가 태어나서 본 계란말이 중에 가장 예뻤다. 이것을 하느라 얼마나 오래 걸렸을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여자 2는 이걸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래 마음껏 해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해 주잖아"


다행이다 이렇게 만들어도 설거지 걱정은 하지 않고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어서



다 먹고는 이렇게 예쁜 디저트도 만들어왔다. 우리가 어제 사 온 스콘 위에 체리를 올려준 거다. 나와 여자 1은 여자 2호가 와서 다시 예쁨을 돼찾았다고 좋아했다. 누구나 예쁜 것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할 재능도, 의지도, 열정도 부족한 것이었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렇게 예쁘게 차려놓고 사진 찍는 게 행복이라니, 정말 즐겁고 건강한 취미다. 나의 집을 꾸며놓고 그것들을 함께 잘 즐겨줄, 좋아해 줄 친구가 있다는 것 또한 정말 큰 행운이라고 매일 느끼고 있는데 실은 이런 걸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는 스스로를 매우 사랑스럽게 생각해주고 있다.



여자 1과 나눠 낀 내 반지를 여자 2에게 주었다. 어쩔 수 없다. 나와 여자 1은 동시에 여자 2에게 나와 결혼하자고 하루에도 열 번씩 청혼을 하고 있다. 물론 다 거절당하고 있는데 우리는 매 끼니마다 결혼해 달라고 하는 걸 보면서 내가 결혼에서 바라는 게 대체 뭔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남자들은 결혼을 안 할 이유 찾기가 더 힘들겠네'



여자 2는 본격적으로 내 집에 걸 그림을 그린다. 실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색이 딸기우유핑크색인데 배경이 이미 핑크다. 그렇지만 그려준다면 핑크라도 좋을 거야. 어쩌면 내게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색이라 내게 필요한 걸 지도 모르겠다.



여자 2는 여자 1에게 쓸모없는 걸 가져왔다고 말하며 캐리어를 끌어주었는데, 이제와선 본인도 그림을 그린다. 생각보다 잘 그려서 우리의 놀라움을 사고 있다. 나 빼고 두 사람은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그래도 나는 글을 잘 쓴다 그래서 이 셋의 조합은 완벽하다



온종일, 이대로라면 백일동안이고 밖을 절대 나가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등산을 가자고 했는데 그 누구도 열정적으로 나서서 가자고 말하질 않았다. 더 늦기 전에 다녀오자고 했는데 셋 모두 다 축 쳐졌다. 막상 도착하니 가장 집에서 오랫동안 누워있던 여자 2는 그간의 비축해 둔 에너지로 산을 아주 잘 올라갔다. 


"쟤 왜 저래"

"몰라"


서로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아직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부족하다. 계속되는 다양한 일들을 함께 해 보면서 이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아가고 어떻게 서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맞춰가는지를 아주 조금씩 배운다. 


돌아와서는 나와 여자 2가 요리를 시작했다. 여자 1은 요리를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는데 그래도 자신의 몫을 하려고 최선을 다 하고 있다. 감자를 깎고 채소를 썰다가 더 이상 못 견디는 순간이 다가오면 방으로 도망을 간다. 그리고는 밥을 다 먹으면 본인이 나서서 정리하는 형식이다.


"사실 여자 1이 현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남편이지 않을까?"

"그러게"


여자 1은 사고체계나 많은 무수한 것들이 사실 남자의 성향과 성격에 가깝다, 그렇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보통의 남자들보다는 감성적이며, 대화가 잘 통하고 좋은 장점이 추가된 것이다.


"결혼하면 좋은 남편이 여자 1 같은 사람임이 확실하다. 왜 결혼한 사람들이 남편 욕 하면서 이혼 안 하는지도 알 것 같아"

"맞아 그러네"


남자와 비슷한 여자와 살면서, 또 너무나 평범한 여자도 함께 살면서 나는 계속 나와 함께 살 사람의 최상을 모습을 퍼즐 조각들처럼 하나씩 모아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자 둘에서 여자 셋 동거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