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아마도 이렇게 살게 되지 않을까
온종일 낮에는 일을 했다 우리가 각자 업무에 집중하자고 진실되게 마음먹고 나서는 떠드는 시간이 줄었다. 지난주에는 60년 같이 산 노부부 일상 같았는데 이번주가 되니까 100년 된 노부부일상 같다고 느껴진다.
어쩜 이렇게도 이 여자랑은 하루도 십 년처럼 알고 지낸 것처럼 깊어지는지 그걸 도무지 알 순 없다 그렇지만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잘 맞았던 사람들과 모두들 한결같이 그런 느낌이 들었다.
금요일밤이고 요가를 했고 집에 가려다가 고기뷔페로 갔다. 말도 없이 알아서 각자 포지션으로 달려가 착착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모든 걸 다 하고 먹고 나온 시간은 50분이었다. 좋은 먹기 파트너였지
“상상해 봐 먹는 속도, 양 안 먹는 사람이랑은 뷔페도 재미가 없다니까? 근데 우리 정말 좋은 호흡이었어 “
“맞아 나도 알지”
“두 접시 먹고 배부르다고 하는 친구랑 뷔페 가본 적 있어?”
우리 둘 다 순식간에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지루하기 짝이 없거든
돌아오면서 자두 두 봉지를 샀고 그것들을 꼭 안고 걸어오면서 말했다
“내가 아마 결혼하면 이런 모습일 것 같아”
“그러게 근데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조금 다르긴 하겠어 조금 꼬장꼬장한 사람을 만나면 이제 잔소리를 퍼붓도록 듣게 되겠어 “
우리는 그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습해 봤다. 너무 그렇데 살고 있을 것 같아서 웃음이 계속 터져 나왔다. 어쩌면 이 여자랑 사는 게 결혼 연습 중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