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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로미 Jun 07. 2023

오늘은 뭘 할 거야?

ep02.이렇게는 안된다 특단의 조취

우리의 계획 첫날은 꽤나 완벽했다. 정한 일정에 맞춰서 해야 할 일들을 다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계획은 엉망이었다

밤 12시에는 잠이 들자고 했던 우리의 계획은 첫날부터 실패가 되었다 예상했던 일이라 상관없었다 소파와 안락의자에 각자 눕듯이 기대어 새벽 두 시 반까지 이야길 하다가 눈을 더 이상 뜨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때 각자 방으로 자러 가기로 합의했다. 열 시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10시 반에 겨우 눈을 떴다. 내 전동커튼은 알람 스케줄에 맞춰서 커튼이 열렸지만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 금지였던 룰을 어기고 말았다. 옆방에서 여자 또한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느지막이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씻고 미역죽을 만들었다. 점점 요리가 귀찮아지는 우리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한 솥을 만들어뒀다. 이틀 치 만들어두자고 했는데 내가 사일 치를 솥 한가득 끓였다. 여자보다 요리를 잘하는 나는 미역국을 베이스로 한 음식들을 다양하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스파게티 면도 한 솥으로 삶아뒀다.


“스파게티 레스토랑에서는 이렇게 해. 한 번에 다 삶아두고 면을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어둔 다음 요리할 때 꺼내 쓰면 스파게티가 라면보다 쉬워”


“좋은 생각이야”


어제의 우리는 일을 더 집중해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맞춰나가고 있다. 음식은 간단하지만 건강하게 먹기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열중해서 계획한 일을 마무리하기.


그리고는 산책을 하루에 두 번을 다녀왔고 커피를 왕창 마셨으며 많은 말을 나눴다.


”오늘은 그래서 뭘 할 거야? “


산책하며 혼자 지낸 시간 동안 얻은 인사이트를 나누기도 하고 하루의 계획을 입으로 소리 내어 상대에게 말해준다. 여자는 오늘은 종일 책을 읽고 생각하는 날이라고 했다. 나는 계속 일을 하기로 했는데 소파에 누워 여자가 책 읽는 걸 구경하며 글을 적는다. 확실한 건 너무나 독립적이라 생각했던 나 조차도 가까운 사람에 의해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거다. 여자의 기본 성향은 행복한 코알라와 같은 느리고 여유 있는 성격이며 많은 시간을 누워서 생각하며 보낸다. 그런 사람 곁에서 지낸 지 일주일이 돼 가자 나 또한 누워서 일하는 시간이 조금씩 더 많아졌다는 걸 발견했다. 매일이 나른해서 이런 에너지로 일을 얼마나 잘 처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걸 하지만 이런 상태로 살아본 적이 없으니 이렇게 한 달만 지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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