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책을 교환해서 읽자
아주 무수한 계획 중 하나는 원하는 책을 골라 읽고 토론하기다. 다행히 우리가 원하는 책의 종류도 비슷했다. 제목만 보고도 만장일치로 고른 책인데 이번에 산 두 권의 책은 여성 작가였다는 것도 신기했다
나는 도파미네이션을 먼저, 여자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사과하지 말 것 을 먼저 읽기로 했다.
이곳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책만 읽고 일만 하고 맛있는 걸 많이 먹다가 요가에 갈 것이다
내가 발명한 텃밭 채소 파스타는 미쉐린 식당처럼 맛있었다. 둘이 살면서 좋은 점도 많이 발견되고 있는데, 맛있는 걸 혼자 먹을 때보다 두배로 먹을 수 있고 생각과 지식의 속도도 두 배씩 증가되고 있다
식사를 차리는 동안에 내가 채소들을 따오는
동안 여자는 양파를 손질하고 있었고 여자가 상추를 씻어 준비하는 동안 나는 토끼풀 겉절이를 만들었다 빠른 속도였다. 우리가 가장 좋은 케미를 발견할 때가 바로 음식 만들 때다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선 샤워 후 다시 책을 들고 각자 자리 잡았다. 딱 여자랑 동거한 지 일주일차다. 내가 느낀 것처럼 여자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 걸까 자꾸 집중해서 책 읽는데 방해를 했다
“내가 아마 결혼하면 남편이랑 이런 모습으로 살 것 같아”
“언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주 잘 맞는 사람이라면 둘이 사는 게 혼자보다 좋긴 한 것 같아 모든 걸 더 빠르고 많이 할 수 있잖아”
“응 맞아 사업하는 내 친구가 그랬지 개인은 절대 팀을 이길 수 없다고. 그리고 나도 부부들이 부러운 지점이 그런 거였어 재산 증식하는 속도는 나 혼자 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벌어서 투자하고 늘리는 게 훨씬 유리하더라고 그리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재산이 확 늘어나있는 거“
나는 계속 책을 읽었다 고른 책이 도파미네이션이었는데 이 책은 내게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자는 계속 말을 걸어왔다
“생각해 봐 언니가 트는 노래도 싫으면 얼마나 고통이겠어 온종일 틀어두는데, 그리고 나도 이렇게 어둡게 하고 있는 걸 좋아하는데 밝은 조명을 켜버리면 정말..”
“상상해 보니까 진짜 끔찍하다 볼륨 사운드, 음악 취향, 조명의 조도 이런 거 안 맞는다고 생각하니까 당장 혼자 있고 싶네”
“언니가 남자였다면 내가 바로 청혼했을 듯”
어이가 없는 표정이 바로 튀어나왔지만 나도 여자와 같은 마음이다. 남녀 전 세계인들을 통 틀어 아직까지는 이 사람과 가장 여러 가지로 잘 어우러진다. 이쯤 되니까 우리는 언제 어떻게 싸우게 될지도 궁금해졌다.